등록 : 2010.08.10 17:58
수정 : 2010.08.10 17:58
갯장어는 장어류의 황제이다. 일본 이름인 ‘하모’로 더 많이 알려진 갯장어는 붕장어나 뱀장어에 비해 몸집이 크고 맛도 뛰어나다. 영양가까지 높아서 최고의 여름 보양식으로 꼽힌다. 이빨이 날카롭고 성질이 거칠어 뭍에 올려놓으면 사람을 물기도 한다. 하모라는 이름도 ‘물다’라는 의미의 일본어 ‘하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개장어, 놋장어, 갯붕장어, 참장어, 이장어, 해장어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자산어보>는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는 개와 같아서 고르지 못하다’며 견아려(犬牙濾)라는 명칭으로 기록했다. <동의보감>은 해만(海鰻)이란 이름으로 악창과 옴, 누창을 치료하는 약재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독도를 조선 땅이라 기록하고 있는 한 세기 전의 일본책 <한해통어지침>(韓海通漁指針)에는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며, 등을 타서 건제품으로 만드는데, 전라도에서는 판로가 넓으나 경상도에서는 잘 팔리지 않고 값도 싸다’고 했다. 요즘의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갯장어는 양식이 되지 않아 자연산밖에 없다. 최근에 와서는 남획과 바다의 간척, 매립, 오염 등으로 말미암아 어획량이 과거의 4분의 1 이하로 떨어져 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갯장어는 회도 좋지만 흔히 ‘유비키’라 부르는 데침 회로 먹는 것이 제일이다. 촘촘하게 칼집을 낸 살 조각을 갯장어 뼈와 무, 다시마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담가 잠깐 흔들면 갯장어에 열광하는 일본 사람들 표현처럼 ‘하얀 꽃이 피어오르는데’ 엇구수하면서도 사근사근한 것이 일품이다.
갯장어를 제대로 먹자면 전문식당이 모여 있는 여수의 대경도로 가야겠지만 서울 대치동의 여수동촌에서도 아쉬움은 달랠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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