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석의 오늘 점심] 튼실한 우럭젓국

충남 태안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우럭젓국이 있다. 우럭을 회나 매운탕으로만 먹어본 타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음식이겠지만 꾸들꾸들 말린 우럭을 쌀뜨물로 갖은 채소와 함께 끓여낸 우럭젓국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시원한 국물이 해장국으로는 동해안의 황태국과 쌍벽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우럭은 살까지 튼실해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다.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은 드물지만 우럭에게는 조피볼락이라는 표준이름이 있는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는 울억어(鬱抑魚)로 기록하고 있다. <자산어보>는 색이 검고 어두운 암초지대에 서식한다 해서 검어(黔魚)라 했고 속명은 검처귀(黔處歸)라 한다 했으며, 모양은 도미를 닮았고 맛은 농어와 비슷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열갱이, 우레기, 조피, 똥새기라고도 부른다. 태안 사람들은 옛날부터 제사상에 북어를 올리지 않고 말린 우럭을 올렸다고 한다. 제사를 지낸 뒤 살은 찢어서 술안주로 먹고 남은 머리와 뼈로 국을 끓여 먹은 것이 우럭젓국의 유래이다. 통상 새우젓으로 간을 하기 때문에 우럭젓국이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일각에서는 쌀뜨물로 끓인 뽀얀 국물이 유즙 같다는 데 근거를 둔 ‘우럭젖국’이 옳은 이름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우럭젓국의 맛은 생물 우럭으로 끓인 찌개와는 맛이 다르다. 북어국이 생태탕과 맛이 판이하게 다른 것처럼 말이다. 서유구는 우럭으로 곰국을 끓이면 맛이 훌륭하다고 했는데 비리지 않고 감칠맛 나는 우럭젓국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서산시 음암면의 덕수식당에 가면 자연산 우럭으로 끓인 짭조름하면서도 개운한 우럭젓국을 맛볼 수 있다. 서해안이 너무 멀다면 잘 말린 우럭을 구해 집에서 정성껏 끓여 먹어도 좋을 듯싶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