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24 18:38
수정 : 2010.08.24 18:38
베트남쌀국수 ‘포’(pho)에는 전쟁과 분단으로 얼룩진 베트남의 근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러한 성공신화조차도 따지고 보면 서글픈 역사의 산물이다.
베트남은 오랜 세월 외세의 침공에 시달려온 나라다. 천년이 넘도록 중국의 지배를 받았고 몽골의 침략도 심심치 않게 받은 이 나라는 19세기 말에는 프랑스의 식민지가 된다. 오늘날의 쌀국수는 그 무렵 탄생한 음식이다. 물론 쌀국수 자체는 오래전 중국의 영향 아래 있던 시절부터 먹어왔지만 소고기국물에 만 국수는 이때부터 프랑스인들의 영향으로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베트남 사람들에게 소고기는 금기식품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쌀국수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다. 1954년 제네바협정에 의해 베트남은 남북으로 분단이 되었고 북쪽에 들어선 공산정권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생계수단으로 쌀국수식당을 열면서 남부에서도 흔히 먹게 되었다. 그러다 1964년 통킹만 사건 이후 공산정권은 미국과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게 되고, 우리와도 악연을 맺게 되는 그 싸움은 1975년에 공산군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때 베트남을 탈출한 보트피플이 세계 곳곳에 자리잡으면서 쌀국수는 세계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베트남쌀국수는 외세의 영향으로 만들어지고 전쟁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기구한 음식이다. 중앙청을 폭파시킨 우리식의 잔재 청산 방식을 택한다면 베트남 사람들은 쌀국수 그릇을 진즉 엎었어야 한다.
그러나 음식은 음식이고 역사는 역사다. 서울 종각역 인근의 사이공쌀국수에 가면 베트남 사람들이 만드는 쌀국수를 맛볼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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