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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29 21:24 수정 : 2010.08.29 21:24

함흥에는 함흥냉면이 없다. 이북 출신 원로들의 증언을 들어봐도 과거에 그런 음식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북한에서 간행된 <사회주의 생활문화백과>가 꼽은 이름난 조선 음식에도 ‘평양랭면’은 있지만 함흥냉면은 없다. 함경도의 특산음식으로 감자농마국수와 함흥국수가 나올 뿐이다. 함흥국수는 ‘양념으로 들깨가루를 치고 들기름을 졸여서 두는 것이 특징’이라는 기술로 볼 때 함흥냉면과는 다른 음식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함흥냉면과 비슷한 음식으로는 회국수가 수록되어 있다. 함흥냉면은 6·25사변이 만들어낸 호칭이다. 함경도 실향민들이 명성 높은 평양냉면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들의 고향 음식에 붙인 이름이다. 예로부터 ‘진흙밭에서 싸우는 개처럼 맹렬하고 악착스럽다’고 해서 ‘니전투구’(泥田鬪狗)라는 평을 들어온 함경도 사람의 기질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어쨌거나 함흥냉면은 진주냉면이 자취를 감춘 지금 평양냉면과 함께 냉면의 양대 산맥이다. 같은 북한 음식이라도 함흥냉면은 평양냉면과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메밀로 만든 부드러운 면을 주로 육수에 말아 먹는 평양냉면과 달리 함흥냉면은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질기디질긴 면을 매운 양념으로 가자미나 홍어회와 함께 비벼 먹는다. 삼수갑산으로 상징되는 척박한 고원지대에서 혹독한 추운 겨울을 견디며 살던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한 기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음식이다. 함흥냉면이 질기다고 가위로 잘라 먹는 이들이 있다. 기다란 국수는 자고로 장수를 기원하는 음식이다. 아무리 질겨도 스스로 단명을 재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서울 오장동 흥남집에 가면 60년, 3대에 걸쳐 만들고 있는 원조 함흥냉면을 만날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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