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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4 18:33 수정 : 2010.09.14 18:33

해마다 추석 대목이 되면 백화점과 시장에 굴비 선물세트가 즐비하게 쌓인다. 개중에는 2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제품도 있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옛날에도 굴비는 명절의 고급선물로 인기를 누린 모양이다. 최근에 발견된 400년 전의 고문서에서 당시의 영광군수 임광이 우암 송시열을 비롯한 고관대작들에게 굴비를 선물로 보낸 기록이 나왔다.

굴비의 유래는 고려 인종 때 권좌를 탐해 난을 일으킨 이자겸이 오늘날의 영광인 정주로 귀양 갔다가 해풍에 통째 말린 조기를 먹어보고 그 뛰어난 맛에 반해 임금에게 진상을 하였는데, 그때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의 ‘굴비’(屈非)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굵다’에서 비롯된 ‘굴기’가 굴비로 변해 그때 현지에서 불리고 있었는데 이자겸이 그 이름을 자신의 소신에 빗대서 한자로 굴비라 썼다는 주장도 있다.

굴비는 예로부터 산란을 위해 동중국해로부터 회유하여 곡우 무렵에 영광 법성포의 칠산 앞바다를 지나는 알이 꽉 찬 참조기를 잡아 말린 것을 영광굴비라 하여 최고로 쳤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바다에 참조기가 귀해졌다. 요즈음의 영광굴비는 대부분 타지에서 잡은 조기를 그곳에서 가공한 것이다. 법성포는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밤낮의 습도차이가 커서 조기를 말리는 데는 천혜의 조건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말리기만 해도 영광굴비로 인정하는 것이다. 좋은 굴비는 머리가 둥글고 두툼하며, 비늘이 몸통에 잘 붙어 있고 배나 아가미에 상처가 없으며 특유의 황금빛 윤기를 띤다.

제대로 된 굴비를 만나자면 현지로 가야겠으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굴비마을에서도 아쉬움을 달랠 만한 굴비를 맛볼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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