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07 18:35
수정 : 2010.11.07 18:35
예종석의 오늘 점심
찬바람이 불면서 꼬막에 맛이 들고 속이 차기 시작했다. 꼬막은 예로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중에서도 1품으로 꼽히던 음식이다.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 피꼬막 등 세 종류가 있다. 으뜸으로 치는 참꼬막은 제사상에 오른다고 해서 제사꼬막으로 불리기도 한다. 참꼬막은 껍질이 두껍고 부챗살 모양의 방사륵(부챗살마루)이 17~18줄 나 있는데 그 골이 깊고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1803년에 김려가 저술한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우해이어보>는 기왓골을 닮은 그 모양새를 빗대 이름을 와롱자(瓦壟子)라 했다. <자산어보>에는 감(<86B6>), 와옥자(瓦屋子), 공자자(空慈子) 등의 이름도 기록되어 있으며 “살이 노랗고 맛은 달다”고 했다.
꼬막은 <동국여지승람>에 전라도의 특산품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벌교의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참꼬막이 서식하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의 갯벌은 모래나 황토가 섞인 타지의 갯벌과는 달리 차진 진흙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벌교꼬막의 맛은 그 지역 출신 소설가 조정래가 <태백산맥>에서 묘사한 것처럼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복합적인 맛이다. 그는 외서댁을 겁탈한 염상구의 입을 빌려 “쫄깃쫄깃한 것이 꼭 겨울 꼬막 맛이시”라는 다분히 외설적인 비유까지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꼬막에 대한 애정을 내비친다. 꼬막은 반찬으로도 좋지만 윤기가 가시지 않게 살짝 데쳐놓으면 술안주로도 그저 그만이다. 게다가 헤모글로빈과 단백질, 비타민, 철분 등 각종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여성이나 노약자들의 보양식으로도 훌륭하다.
서울 인사동의 여자만에 가면 여자만에서 올라온 참꼬막을 맛볼 수 있다.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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