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식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나물이다. 예로부터 궁중에서는 입춘에 아직 채 녹지 않은 눈 밑에서 캔 움파, 산갓, 당귀싹 등 햇나물을 오신반(五辛盤)이라 하여 수라상에 올렸다. <경도잡지>나 <동국세시기>에는 그런 나물이 양근, 지평, 포천 등 경기도의 산골마을에서 진상되었다고 했다. 그 외에도 1795년의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궁중에서 일상으로 먹는 나물로 박고지, 거여목, 동과 등 십여 가지가 올라 있다. “나물은 자고로/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다”는 <논어>의 구절처럼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표상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은 빈곤의 상징이기도 했다. 얼마나 먹을 것이 귀했으면 산과 들에 나는 나물을 그렇게 상식했겠는가 말이다. 개화기 때 내한했던 선교사 제임스 게일은 “먹을 수 있는 나물의 가짓수를 한국 사람만큼 많이 알고 있는 민족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양에서는 독초로 분류되어 가축도 안 먹이는 고사리를 물에 우려 독을 빼가면서까지 먹는 한국인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 나물이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냉이, 씀바귀, 쑥, 원추리, 취나물, 도라지, 두릅, 더덕, 달래, 돌미나리, 부추 등의 봄나물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원기회복에 도움이 되고 봄이면 찾아오는 춘곤증을 물리치는 데도 효험이 있다. 서울 팔판동의 산에나물은 갖가지 산나물과 연잎쌈밥이 나오는 한정식으로 알려진 집이다.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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