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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오늘 점심 ] 함흥명물 가릿국밥 |
함경도의 별미에 가릿국밥이 있다. 월북작가 엄흥섭이 <인생사막>에서 황대용의 입을 빌려 “난 함흥명물 가리국을 사먹고 왔지만 은히씨가 시장할 텐데 어턱하나”라고 한 바로 그것이다. 가리는 갈비를 일컫는 말이다. 말하자면 갈비탕인 셈인데, 얼핏 보면 서울의 탕반과 비슷하지만 내용물이 더 푸짐하다. 밥에 삶은 고기 썬 것과 선지, 우둔살을 채 썰어서 무친 육회와 두부를 얹고 사골과 양지머리를 푹 고아 만든 육수를 부어 먹는다. 유시춘은 <안개 너머 청진항>에서 “아버지가 서너달 걸려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이밥에다 가릿국을 내왔습니다. 펄펄 끓는 육수에 선지를 부어 삶아내고 그 물에다 큼직한 두부를 썰지 않고 그냥 덩어리째 넣어서 두부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끓는 물에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지요. 감추어 두었던 살코기 몇 점은 그 국밥 맨 위에 얹혔습니다”라고 그 조리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바 있다.
가릿국밥은 먹는 방법도 색다르다. 먼저 숟가락으로 국물을 말끔히 떠먹은 뒤 매운 양념장으로 건더기와 밥을 비벼서 먹는다. 국밥으로도 먹고 비빔밥으로도 먹는 것이다. 함경도 출신 노인장들은 대개 둘 다 먹는 방식을 택한다.
옛날에는 서울에도 가릿국이 흔했다. 월남한 함경도 사람들이 다수 정착해 살던 마장동 도축장 인근에서 많이 팔았다고 한다. 양반들은 무교탕반을 주로 먹었고 평민들은 가릿국을 먹었다는 것이다. 함흥 출신 소설가 박연희는 “양념 고추장으로 비빔하지 않는다면, 함경도 사람을 두려워하고 천시하던 옛날 서울 사람들의 입에도 맞을 수 있는 음식은 역시 가리국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 대치동의 ‘반룡산’은 서울 사람들의 입에도 맞는 그런 가릿국밥을 내고 있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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