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12 20:00
수정 : 2011.04.12 20:00
부산의 향토음식에 밀면이 있다. 향토음식이라고 하지만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밀면의 내력을 두고서는 설이 분분하나, 흔히 먹게 된 시기가 6·25전쟁 무렵이라는 사실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밀면의 원료가 되는 밀가루가 그즈음 구호물자로 공급되어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밀면은 냉면의 사촌쯤 되는 음식이다. 비빔으로도 먹고 육수를 부어서도 먹는다. 냉면과 다른 점은 면을 메밀가루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면의 뿌리에 대해서는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좋아하는 냉면을 구하기 힘든 메밀 대신 밀가루로 해 먹은 것이 시작이라는 게 통설이다. 당시 부산의 대표적인 피란민촌이었던 우암동에는 그 시절에 문을 연 밀면집이 지금도 성업중이어서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피란민 기원설을 반박하는 것은 진주 밀국수냉면 유래설이다. 멸치육수에 밀가루면을 말아 먹는 진주의 전통음식 밀국수냉면이 밀면의 효시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1925년에 경남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밀국수냉면이 부산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그럴싸한 해설까지 따라붙는다. 진주 역시 냉면으로 유명한 고장이고 보면 이 견해 또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려도경>은 “고려에는 밀이 적어 화북에서 들여와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서 성례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고 기록하고 있고, <동국세시기>에는 밀국수가 여름철의 별식으로 올라 있다. 그렇게 귀했던 밀가루가 구호물자로 전락해서 밀면이 되었다가 이제는 향토음식의 재료로 각광받기에 이르렀으니 곡식 팔자도 시간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산에는 앞서 언급한 밀면의 원조집 ‘내호냉면’이 있고, 서울에서는 신월동의 ‘가야밀면’에서 그 맛을 볼 수 있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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