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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오늘 점심] 어탕국수·생선국수·털레기 |
경남지방의 향토음식에 어탕국수가 있다. 얼핏 이름만 들으면 도미국수처럼 수라상에 오르던 족보 있는 요리 같지만, 사실 농촌에서는 어디서나 해먹던 천렵국에 국수를 넣고 끓인 음식이다. 동네 개울에 그물을 치고 피라미, 모래무지, 붕어, 미꾸라지, 꺽지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서 푹 곤 뒤 뼈를 추려내고 호박과 풋고추, 미나리 같은 각종 채소를 넣어 해먹던 음식이 천렵국이다. 일제강점기에 무라야마 지준이 저술한 <조선의 향토오락>에는 경남의 17곳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천렵이 행해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천렵국으로 죽을 만들면 어죽이 되고, 밥을 말면 어탕국밥, 수제비를 뜯어 넣으면 어탕수제비가 된다. 미꾸라지만 넣고 끓이면 그게 바로 추어탕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서민들로 하여금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가능하게 했던 보양음식이다. 같은 음식을 충청도 일원에서는 생선국수라고도 하고, 경기도로 올라가면 털레기라 부르기도 한다.
경상도식 어탕국수의 특징이라면 방아잎과 제피가루를 넣어 먹는 정도랄까. 천렵국의 맛은 <농가월령가> 4월령에 “촉고를 둘러치고 은린옥척 후려내어/ 반석에 노구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 오후청을 이 맛과 바꿀소냐”라고 했을 정도이다. 옛날에도 천렵이 백성들만 즐기던 놀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태종실록>에는 임금이 완산부윤에게 지시하여 자신의 형 회안대군이 유배지에서 천렵하는 것을 허락한 기록이 나온다. <연산군일기>에는 선릉수릉관 박안성이 재실에 냄새를 풍기니 제관은 천렵을 못하게 하자고 건의한 대목도 보인다.
경남 산청의 ‘생초식당’은 어탕국수로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서울에서는 목동의 ‘고향지리산어탕국수’에서 그 맛을 볼 수 있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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