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
용사 돌아오다 1969년, 부산, 내가 고등학교 미술반이었을 때 한 친구 왈, 신창호 화실이라는 데가 있는데 그 선생님 실력은 좋은데 남자는 안받는다는 것이다. 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친구들을 이끌고 쳐들어가 선생님으로부터 막걸리까지 얻어먹어 가면서 입성에 성공하였다. 그리고는 화실회비를 못내 쩔쩔 매고 있는 나를 선생님은 장학생으로 삼으셨다. 또 당시 열여덟이던 나에게 -선생하고 제자가 뭐꼬. 인자 자네하고 나하고는 대결인기라. 하시고는 야외 스케치를 마치고 돌아 오는 나에게 -용사 돌아 오네! 하시며 격려해 주셨다. 그때 나는 정말 용사가 된 기분이었다. 신창호 선생님은 갈대 가득한 낙동강의 철새 도래지 을숙도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평생 그곳을 그리다시피하여 ‘을숙도 화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 였다. 그리고 낙동강에 하구둑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혼자 우셨다고 한다. 5년 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뵈었을 때 말씀이
-철새가 떠나면 예술가도 떠나는 법이지 하셨으니 아마도 지금 새만금 이야기를 들었으면 깊이 슬퍼하셨을 것이다. 3년 전에 돌아가신 선생님을 위해 부산 구덕운동장 뒤에 추모비가 세워졌다. 자연과 예술을 지키는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용사의 모습. 선생님과 그림 그리러 다니던 때가 그립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