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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9 16:17 수정 : 2006.06.30 18:24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나의 흰 머리

-자꾸 움직이면 할아버지가 이놈 하셔.

내가 마흔 아홉이었을 때였던가? 어디서 사인회를 했는데 아기를 안고 온 젊은 엄마가 주리를 트는 아이에게 한 말이다.

난 이말을 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할아버지라니!!!

하기야 대여섯살 짜리 아이에게 아저씨라 할 수도 없었을 테지만….

그러구러 몇년이 지나자 전철을 타면 가끔 젊은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준다. 기겁할 일이다. 그때마다 “난 젊어요.”하며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 머리가 허옇기 때문에 생긴 일들이다. 그러나 몸이 몹시 피곤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리가 안나나 하고 서 있다가 자리가 하나 나고 주위에 경쟁자가 없을 땐 품위를 지키며 천천히 가서 앉지만 경쟁자가 있을 땐 속도가

상당히 빨라 진다.


만약 자리하나를 두고 다른 사람과 매우 급박한 경쟁적 위치에 있을 때는 빈 자리와 나와의 거리, 또 그 사람과의 거리, 나의 나이, 그 사람의 나이 등등을 순식간에 계산해서 내가 앉을만하다 싶으면 은근슬쩍 엉덩이를 들이 민다.

내가 이렇게 되다니!

그러나 그 정도면 양호한 일이다. 너무 피곤해서 몸 가누기가 힘들때는 근처에 가기도 싫었던

노약자 석에 가서… 흰 머리를 들이 밀고앉아,

-난 노인이다… 난 노인이다… 난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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