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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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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재씨와 나 수없이 많은 화가들 중에는 이따금 나를 뒤흔드는 사람이 있다. 나를 안심하지 못하게 하는 화가,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는 화가. 그런 관계속에서 야릇한 긴장감과 함께 짙은 우정이 깃든다. 그런 친구에게 내가 게을러 적수가 되어 주지 못할 때 얼마나 괴롭고 미안했던가! 좋은 벗은 언제나 무언가 배울만한 것을 던져 준다. 그렇게 함께 걸어 간다. 회화를 할때 그런 화가들이 있었지만 만화를 하는 지금은 이희재씨와 오세영씨가 그런 친구이다. 오세영은 전대미문의 데생력으로 나를 놀라게 하였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대체 나는 뭘 하였던가 하고 한탄한다. 그러면서 투지에 불탄다. 나도 공부해야겠다. 이희재씨는 묘사와 재현에 집착하는 나를 다시 흔들어 준다. 사실적 표현 그 너머, 자기화 하는 세계를 열어 보여 주는 것이다. 두 사람은 마치 두 마리의 말 처럼 나를 앞에서 끌어 준다. 이러면서 나는 나대로 무언가 만들어낼 것이다. 얼마전에 강화로 스케치를 나갔다. 만화가들의 ‘달토끼’모임(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만나 크로키하는)날이다. 신미양요의 격전지 광성보 옆 오래 된 민가를 그리는 중 날은 어두워 지고 비가 내렸다. 어떡한담! 희재씨와 나는 하나뿐인 우산으로 희재씨가 그릴 때 내가 받쳐 주고 내가 그릴 때 희재씨가 받쳐 주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런 우리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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