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1 22:35
수정 : 2006.12.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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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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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 고모
본명은 영숙이지만 집에서는 그냥 우리가 자야고모라고 부르는 나보다 여섯살 많은 고모가 있다. 얼굴이 예뻐서 예쁜 고모라고도 부르는데, 노래와 달리기를 잘 하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잘한다. 같은 이야기라도 자야고모가 하면 나직나직히 얼마나 맛깔스럽게 하는지 모두들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만다. 내가 중학교 때는 고모가 해 주는 이야기가 하도 실감이 나서 그 이야기를 삽화를 넣어가며 기록해 놓을 정도였다.
그 고모가 해 준 이야기 중에 제일 재미난 부분은 다음과 같다.
20여년 전쯤일까? 목수일을 하던 고모부가 잠시 다른 일을 해 보겠노라고 생각해낸 것이 튀밥(경상도에서는 ‘박상’이라 부름)장사. 그것을 시작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
첫번째 에피소드; 처음에 실험을 한다고 야심차게 밤을 넣고 돌려서 터뜨렸더니,어라? 밤 속은 하나도 없고 껍질만 우수수…. 알고 보니 밤은 튀길 때 반드시 칼로 찢어서 튀겨야 함. 그렇지 않으면 내용물이 폭발해서 공중분해됨.
두번째 이야기; 이 실패를 경험한 후 실전 돌입. 손님이 가져온 옥수수를 넣고 돌린 후 뻐엉! 회심의 첫 실전 작품. 그런데 아! 이게 왠일인가! 튀밥이 모두 공중에 튀어 올라 눈송이 처럼 하얗게 내리는 것이 아닌가? 모두들 정신없이 구경. 가히 동막골의 원형이라 할…. 알고 보니 튀밥기계 그물 뒷꽁무니가 열려 있어 다 튀어 나가버린것.
그 자야 고모가 얼마 전 약한 몸에 병을 얻어 돌아가셨다. 우리는 빈소 앞에 앉아 다시금 그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영정이 환히 웃는 사진(위의 그림)이라 그런지 우리는 포근한 가운데 옛날 자야고모가 같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도란도란 얘기하며 고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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