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8 20:47
수정 : 2006.12.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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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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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야
윤구야. 우리가 같이 대학을 나온 지도 30년이 지났구나, 나는 중간에 다른 길로 갔지만 교편을 잡은 지도 25년이 흘렀네. 이 사진을 보니 북한산을 올랐던 이 때만해도 40대 초라 얼굴에 아직 홍안이 남아 있구마. 학생들에게 하는 서비스라고 주장하며 늘 세련된 옷을 입고 다니던 너. 마누라 김장할 때 기타를 쳐주는 걸로 때우는 너. 난 만년 150인데 당구도 지금은 300이 되었다지. 뜸한 중에 문득 날아 온 네 소식이 이게 머시여?
애니메이션 동아리도 만들고 틈틈이 미술교과서도 집필하면서 늘 학교가 즐겁다고 싱글싱글 웃던 네게서 이게 무슨 말이여? 니가 청춘을 바친 그 예고에서! 몇년 전 입시관련사정 때 문제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장에게 편지를 쓴 뒤 부터 고난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니…. 지금은 조소전공만 해 온 너에게 무리하게 소묘를 맡겨 학부모들이 너한테 불만을 품고 데모를 하고 있다니 얼마나 괴롭겠냐? 내 생각엔 아무래도 이런 저런 구실로 너를 쫓아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구마.
학교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 대충 넘어가지 않는 니 꼿꼿한 성질머리 생각도 나고….
메리 연말에다 해피 뉴이어하라고 인사하려 했는데… 이게 머시냐. 이래서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네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다 좋은데 니가 우선 안 짤려야 할 텐데…. 그 생각이 앞선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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