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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1 15:01 수정 : 2007.02.01 16:09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상석이 마누라는 건재하다!

오래 됐구나. 고등학교 때였으니까.내 친구 상석이가 좀 끗발 있게 놀 때였지. 3학년이 되자 상석이는 깜짝 놀랐어. 여자보다 더 곱고 이쁜 애가 한반이 된거야. 석이는 그 아이 모자를 감췄어. 그리고는 쪽지를 써 놓았어. 모자를 찾으려거든 아무 빵집으로 오라. 그 때 모자 잃어버렸다간 작살이거든. 빵집에 왔지. 그후 늘 같이 다니면서, 야는 앞으로 내 마누라다! 한거야. 이름이 창근이야. 너무 이쁜 나머지 나한테도 자랑했어. 정말 이쁘데. 정말로. 나도 좋데. 나는 더 유리 했지. 창근이 집이 우리 학교 바로 옆이었거든. 맨날 갔지. 상석이는 가끔 오징어에 소주를 들고 왔지만 난 놀다가 자기도 했어. 창근이 몸에서는 우유냄새 같기도 한 향기가 났어.

상석아, 창근이는 인제 나한테 더 기울었어, 흐흐흐.

그로부터 30여년 후 다시 만났는데 엄청 달라 졌어. 아주 늠름해. 우리가 더 고와. 울산에서 중소기업으로 성공해서 이제 좀 여유가 있다고 가끔 보재. 지금도 허허 웃으면서 “나는 상석이 마누라 아이가.” 해. 알고 보니 그때 어느 선생이 그 고운 창근이를 패길래 상석이가 고만하이소! 하고 소리치고는 대신 엄청 맞았다는 거야. 그뿐아니라 교탁에서 뒷벽까지 가는 긴 편지를 창근이한테 보냈다는 거야.

이러니 내가 어찌 뺐을 수 있겠나 이말이여. 역시 상석이는 사랑을 할 줄 알아. 창근이 역시 남한테 나쁜 말 할줄 모르는 고운 마음이라 그리 고왔던 거고. 암튼 우리 다음에 또 만나 해운대에서 회 실컷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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