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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8 18:33 수정 : 2007.03.08 22:10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아들의 바벨탑 2.

꼭 일년 전에 ‘아들의 바벨탑’이라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못보신 독자님을 위하여 약간 설명을 한다면 우리 아들 시현이가 날 닮아 중 고등학생시절부터 죽 담배를 피워 왔는데 대학에 들어간 작년에 보니까 컵라면 그릇에다 꽁초를 계속 쌓아 올려 그릇 위로 10센티 가량 올라온 꽁초탑을 만든 것을 보고 그린 그림인데 담배 피우는 것은 날 닮았지만 잘 쌓아 올린 것이 나보다 감각이 있다며 글을 썼던 것이다. 그 뒤로 나는 그 꽁초 바벨탑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현아, 너 이 탑을 버리지도 갈지도 말고 그대로 계속 쌓아 올려라.
-?
-이건 작품이야, 계속 쌓아서 1미터 정도 된다고 생각해 봐. 세상에 누가 이렇게 담배꽁초를 쌓은 사람이 있겠니? 이건 기념비적인 작품이야. 이건 계속 해야 돼.
-…
-아니, 해 보라니까 진짜. 이건 그야 말로 20살 한국 젊은이의 그 어떤 삶이면서 엉, 조형적으로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란 말이야. 이건 나중에 타임 캡슐에 넣어야 돼. 부탁이야, 한 번 해 봐. 글구 내 스케치에도 한번 더 써먹을 수 있잖아.
-…
- 너 왜 내 말을 안듣니? 아니, 세상에 나같은 아빠가 어딨냐? 너한테 스트레스를 주나 간섭을 하나. 엉? 아빠가 뭐 부탁하는거 봤어? 그래 아빠가 모처럼 하는 부탁 하나 안들어 줄거야? 안들어 줄거냐구.
-… 알았어.
그 후 시현이는 계속 꽁초를 쌓아 올렸고 드디어 1년이 지나자 1미터 높이의 탑이 완성되었다. 아! 정말 내 생각대로 독특한 작품이 된 것이다. 나는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아크릴로 상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뻥이다. 시현이는 며칠 전 어지럽던 방을 청소를 하면서 이 컵라면 재털이도 깨끗이 비워 놓고 입대를 해, 이 재털이만 뻥하니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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