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2 19:25
수정 : 2007.03.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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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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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나도록
<한겨레> 있을 때다. 칼럼니스트들의 캐리캐처를 그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다 선배 논설위원들은 주름을 좀 빼달라고 농처럼 넌지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난 속으로 뭐 그냥 자연스레 늙어 갈 것이지 하면서 수술비가 좀 나갑니다고 대꾸하곤 했다. 그런데 한번은 내 후배 하나가 내 얼굴을 그린 적이 있었다. 보자마자 “이시키가!”하는 소리가 반사적으로 나왔다. 주름살 하나하나가 면도날처럼 마구 내 마음을 그어대서 그 뒤로 난 주름살을 무지 조심해서 적게 그려 준다.
또 한번은 누군가에게 즉석 캐리캐쳐를 그려 줬는데 그의 친구들이 보고는 똑같다고 웃어댔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자신을 그린 그 그림을 살며서 구겨서 땅에다 버리더라고 만화가 이희재씨가 이야기 해주었다. 그 뒤로 나는 캐리캐쳐를 그려줄 때 기분 좋도록 잘 그려 주게 되었다. 나아가 “진정한 예술가는 진실보다는 우정을 택한다” 며 머리카락을 더 넣어 주곤 했다. 마침내 “사람의 모습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 내가 잘 그려주면 그사람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논리까지 만들게 되었고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다.
위의 이 자화상은 나 자신이니까 물론 잘 그려 주었다. 건 그렇고 하필 치솔질이냐. 장미는 뭐고. ㅎㅎ 사실 오늘 그림이 나의 사정과 신문면 사정으로 마지막 그림이 된다. 마지막 드릴 말씀을 뭐라고 할까 하다가 내가 그동안 수없이 돈을 투자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이가 시리거나 안좋을 때 우선 칫솔질을 하되 피가 날 때까지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좋아진다. 이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었다. 그동안 아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늘 건강하시고…. 특히 튼튼한 이빨 가지시기 바라면서.
*더불어 저의 애니메이션 오돌또기를 후원하신 분들, 특히 이사를 하신 분들은 odoltogi.co.kr로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는 02-3418-5942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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