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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5 15:00 수정 : 2006.04.03 17:47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양재천의 너구리

  우리 사무실이 있는 양재천에는 너구리가 산다.

저녁 식사 때가 되고 사람들이 와서 부스럭 봉지 소리를 내면

새끼 한두 마리가 나와서 조금씩 받아 먹다가 좀 있으면

온 가족이 나와 먹는다. 한 열 두어 마리 쯤 된다.

-먹이를 주면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 아녜요?


-얘들은 먹이를 안주면 길건너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 쓰레기 통을

뒤지다 개한테 물리거나 도로 건너다 차에 치어 죽거나 하니까

조금 씩 주는게 좋대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아주 명물이자 귀염둥이가

되어 버렸다. 밥 때가 되면 한두 마리가 나와서 괜히 땅에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 일이 있는 척하며 먹이를 기다리기도 하고 나중엔 완전히

경계를 풀고 사람들 앞에서 재롱을 떨기도 한다. 그런 어느날 구청에서

먹이를 주지 말란 표지 판을 덜컹 갖다 놓았다.

지금은 너구리가 나와서 먹고 놀던 그 자리만 아무것도 없이 휑하다.

너구리에게는 야생의 삶 밖에는 삶의 선택이 없는 것일까?

사람과 너구리가 나누는 정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사람의 정을 맛본 너구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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