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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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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지귀 신라 선덕여왕 시대다. 서라벌에 지귀라는 역무원 청년이 있었는데 어느날 선덕여왕의 모습을 한번 보고는 너무나 연모한 나머지 그만 상사병이 걸리고 말았다. 먹지도 못하고 한없이 무너져 가는 그 청년의 소문을 들은 선덕여왕은 분향하러 가던 어느 절로 그를 부른다. 너무나 기쁜 지귀는 탑 아래서 여왕의 행차를 기다렸는데 아아,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이를 본 선덕여왕은 자신의 팔찌를 빼어 자고 있는 지귀의 가슴에 얹어 주고 돌아갔다. 잠에서 깨어난 지귀는 심하게 괴로워 하다가 이윽고 가슴에서 불이 나 불귀신이 되고 말았다. 인사동에는 이따금 대낮에도 쓰러져 자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쓰러져 자고 있는 이 청년도 돌 두꺼비들 만이 걱정스러운 듯 지켜 볼 뿐이다. 식어 버린 그 가슴에 장미 꽃 한 송이 얹어 주고 싶으니 부디 다시 뜨거워지되 불귀신은 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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