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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13 13:37 수정 : 2011.01.13 13:37

[매거진 esc] 강지영의 스트레인지 러브투기

친구 ㅇ은 골드미스다. 170㎝ 키에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 탄탄한 직장과 예술적 감성까지 갖췄다. 물론 연애도 하고 싶어 하고 행복한 결혼생활도 꿈꾼다. 그러나 알고 지낸 지 3년이 넘도록, 나는 ㅇ의 데이트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일주일에 두번 풍물놀이 동호회에서 신나게 장구를 치고, 주말이면 가족과 여행을 다니느라 이성과 눈이 맞을 시간적 여력이 없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하지만 장기연애 10년 대기록을 세운 친구와 아줌마인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그녀는 도통 노력을 하지 않는다. 간혹 맞선이나 소개팅에 나가는 눈치지만 매번 그녀가 딱지를 놓고 애프터 신청을 피하니 도무지 진전이 없다. 또 직장이나 동호회에서 만난 남자는 엄격하게 선을 긋고 남자 취급을 안 하는 것도 문제다. 연애 대상을 고르는데, 그런 식으로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대체 뭐가 남느냐는 게 우리의 지청구다.

ㅌ과 나는 ㅇ에게 진정 연애가 목마르다면 옷차림과 말투, 취미를 바꿔 보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유니섹스한 디자인의 스웨터와 청바지 대신 우아한 원피스를 사 입고, 지나치게 진지하고 사무적인 말투는 부드럽고 여성스럽게, 풍물놀이나 템플스테이 같은 취미도 좋지만 커피나 와인처럼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호회에 가입해 보는 것을 적극 권했다. 그러나 ㅇ은 변하지 않았고, 결국 연애와 결혼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사실 ㅇ이 소망을 이루지 못한 건 옷차림이나 말투, 취미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엔 수많은 결혼정보업체가 있으며, 건강하고 건전한 배우자를 찾는 미혼 남성도 넘쳐난다. 뜻이 있다면 두들기면 된다. 문제는 ㅇ이 우리 생각보다 눈이 높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본인 말로는 연상의 학자 타입을 원한다고 하지만, 실상 그녀가 괜찮다고 하는 남자는 꽃미남과의 미소년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어쩌면 ㅇ은 본인의 주장과 달리 연애와 결혼을 그리 갈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만족스러운 직장생활, 단란한 가족, 사정이 비슷비슷한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는 자기 위안이 그녀를 느긋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후자가 정답이라면 까짓 결혼, 안 해도 좋다는 데 올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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