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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26 19:45 수정 : 2010.05.28 18:19

[매거진 esc] 남기자 T의 ‘마흔전야 사춘기’

남자는 다 똑같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나를 포함한 삼십대 남자는, 자기만 뺀 대부분은 능력 이상으로 인정받기에 이 세상은 불합리하고 그래서 더럽다고 특히 믿는 부류다. 구강기, 항문기 따위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억울해 열받아 정말 아무 데나 지려버리겠다는 ‘비뇨기’ 되겠다.

20대는 아직도 ‘제대삘’(군대도 갔다 왔는데 뭔들 못하겠느냐는 착각)이 남아 정말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앙앙대고, 40대는 막상 남보다 대리 1년, 과장 2년 늦게 달고 부장은 계속 물먹다 보니 아, 실은 제대밖에 제대로 할 게 없었다는 걸 비로소 자각하게 되는 시기라고 나는 보는데, 그에 견주면 삼십대의 위치는 참 독특하다. ‘사나이의 자존심’(미안하다, 이런 저질 표현)이 극적으로 뭉개지면서도, 아니 그러기에 가장 극렬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는 때. 한마디로 뭘 모르는 이십대와 막 노골적인 사십대 사이, 삼십대는 얼마나 외로운가. 그러니 늘 분열한다. 이상과 현실, 정의와 편법, 윤리와 욕망, 가치와 돈, 하물며 아내와 직장여성 사이에서도. 빠른 선택이 빠른 성공을 보장한다며, 전자의 가치들을 대개들 버려가지만 시발은 사실 외로움 탓이렷다.

얼마 전 대기업에 다니는 A의 말에 늘어진 귀가 번쩍 섰다. 결혼을 앞두고 실은 다섯살 많은 유부녀와 바람을 피웠다는 얘기였다. 그때 삼십대 초반이었다. 그녀가 “내 분신 같았다”고 말했으니 <1Q84>의 덴고는 아니다. “내가 싫으면 그도 싫다, 내가 좋다 하면 그도 좋다였다.” 달리 말하면 ‘부담 제로’인데 기실 제 존재가 온전히 인정받거나 외롭지 않아야 한다는 몸부림의 다른 말 아닌가. 아내(연인)로부터 관심받지 못한 2할, 3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집(품) 밖 여인들에게 눈길이 간다는 얘기. 물론 여자라 해서 욕망과 현실이 다르겠는가마는, 삼십대 수컷은 철도 없으니 좀더 막무가내 되겠다. 단순화한 면도 없지 않다. “성격, 가정, 결혼 유무 다 무시하고 얼굴만 보겠다는데 그게 눈이 높은 거냐” 따지는 게 남자다.

저만 늘 손해란 걸 막 알아간다는 대한민국 삼십대 수컷. 저 녀석 또 밥값 안 내네, 오랜만에 통 크게 쏘았더니 다들 취해 못 봤다네, 이따위 것들을 저승에서도 저주하겠다는 그들과 나. 그래서 삼십대 남성의 일탈과 찌질함을 삼십대 남성의 그럴싸한 용어로 일러보자니, 딱 마흔전야 사춘기다. 퇴근길 떠 있는 그믐달조차 얍삽해 보인다.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겠다고, 이혼하겠다고, 돈이 전부냐고, 모르겠다 질러버리겠다고 (대개) 말만 하는 질풍노도의 비뇨기다.

이 칼럼은 그 수컷들의 절박한 찌질함에 대해 얘기해보려는 정통 남성자학자성칼럼이다. 몸 팔고 지인 팔아 글 쓰겠다는 이 짓조차 얼마나 찌질하고 그래서 고욕인지 꼭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러분과 만나고자 한다. ‘마흔전야 사춘기’ 여러분의 고백 또는 고발도 받는다.

남기자 T demiani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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