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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자 T의 ‘마흔전야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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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남기자 T의 ‘마흔전야 사춘기’
그때 방자는 제 주인 몽룡의 명대로 광한루 춘향에게 이런 수작을 걸었던 거다. “도련님이 인물이 빼어나고, 풍채는 두목지요, 문장은 사마천, 세간이 갑부요, 오입이 으뜸이요, 친가는 왕족, 성품도 호탕하니라. 이번에 초 친 해파리를 만든 후에 물명주 속것 가랑이를 슬쩍궁 베어다가 왼편 볼기짝에 딱 붙이면 이애, 남원이 모두 네 것이요….” 말 그대로 ‘엄친아’인데, 하나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열여섯, 오늘날이면 일제고사나 보았을 ‘것’들 첫날밤 주고받는 말이 서른살 뺨친다. 몽룡이 계속 “사람 죽겠구나, 먼저 벗어라” 채근하자 결국 춘향이 울어버린다. “남자 여자 짝을 지어…즐길 때에 신부를 벗기려면, 화관족두리 봉황비녀 월기탄 벗겨놓고, 웃저고리 웃치마 단속곳 바지끈 끌러 벗긴 후에 신랑이 나중 벗고, 신부를 안아다가 이불 속에 안고 누워 속속곳 끈 끌러 엄지발가락 힘을 주어 꼭 집어 발치로 미죽미죽 밀쳐놓고 운우지락이 좋다는데 날더러 손수 벗으라 하니….” <춘향전> 이고본의 대목들이다. 며칠 전 배꼽을 잡고 읽었다. ‘얼른 벗자, 냉큼 하자’는 몽룡이나 (따지고 보면) ‘지금은 곤란하다, 전희 없인 할 수 없다’는 춘향이나 성인 잠자리 ‘밀땅’의 전형이 아닌가 싶던 게다. 사춘기가 끔찍하면서도 아름답고, 노골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건 육욕과 성이 비로소 개입해서인데, 성욕은 기고만장하면서도 성 지식은 일천한 이 땅의 수컷들을 보면, 그게 다 사춘기 관리에 정력을 쏟지 않은 조국의 잘못 탓이란 생각까지 든다. 특히 삼십대 중후반은 제대로 ‘성’을 배워본 적 없는, 아니 그냥 인터넷 포르노 학습 1세대다. 섹스는 오직 ‘삽입’이고, 삽입만 하면 여자는 교성에, 입이 떡 벌어지며 헛숨을 내쉬다 동공이 풀릴 줄 알았는데 막상으론 ‘섹스 장애’를 겪는다는 이들 부지기수 만난다. 이는 이전 세대의 무지와는 또 다른데, 제 처지가 ‘장애’인지도 모르는 이들에겐 아무렴 무지보다 착각 탓이 크리란 생각이다. 대개 여관까지 데리고만 가면, 결혼만 하면, ‘자판기 섹스’이겠거니 생각하는데, 사실 그 단계에서부터 동전 모으고 넣는 일이 시작되고 가능하다는 현실에 수컷들은 초절정 당황한다. 섹스 트러블의 여러 이유가 있다고들 하지만, 결국 다 이 근원적 차이를 설명하려는 게 아닌가 한다. 남자가 끝을 내다볼 때, 여자는 시작을 생각한다는 것. 그런데 아는 건 적으니, 4대강 사업처럼 제 힘, 제 속도만 낸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아프다고? 좋다는 건가?’ 그러다 한마디 들으면 쪽 오그라들고 말지. ‘몽룡이, 내려와~’ 임신 공포로 섹스에 집중 못한다는 여성의 또다른 세계는 애초 이해하지도 못한 채 말이다.사춘기 고백 및 고발 demiani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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