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레인 멤버들 (왼쪽부터 주윤하, 서상준, 안승준, 이해완씨). 사진은 뮤직커밸 제공.
〈착한콘서트 두드림⑪〉보드카레인
인디계 ‘타칭’ 꽃미남 밴드…새 앨범 ‘이분쉼표’ 발매
1. 밴드명은? ‘보드카레인’. 보드카는 독한 술이다. 독한 술에 비가 내렸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궁금하다.
2. 멤버는? ‘F4’. 자칭 타칭 꽃미남의 대열에 든다. 안승준(보컬), 주윤하(베이스), 이해완(기타), 서상준(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인디밴드다.
3. 앨범은? ‘2+1’. 2005년 결성해 2007년 3월 정규음반 1집 ‘더 원더 이얼스(The wonder years)’를 발매했고, 2008년 겨울 2집 ‘플레이벌(Flavors)’를 냈다. 2009년 10월, 어쿠스틱이피(EP) ‘이분쉼표’를 발표했다. 밴드생활 4년 차.
인터넷으로 긁어 모은 정보는 3가지로 압축된다. 약속 장소인 홍대 클럽 프리버드(Free Bird)로 가는 길에 그들의 음악을 들어봤다. “샤랄랄라 랄라 랄라 랄라라라. 아주 멋진 기분이야.”(걷고 싶은 거리 중) 아직은 어떤 사람들인지 종잡을 수 없다.
생김새는 ‘꽃미남’ 열정은 ‘돌쇠’
짧은 해가 떨어진 오후 6시 클럽 프리버드 앞. 마이크를 잡은 안승준씨의 미소가 환하다. 눈 인사를 나누자마자 네 남자는 박자를 맞추며 리듬을 탔다. 클럽 공연이지만, 리허설은 할 때마다 긴장감이 흐른다. “한결같은 팬들을 위해 연습은 실전처럼” 하는 것이 이 밴드의 철칙이다. 주윤하씨는 “클럽 공연은 큰 공연장보다 더 긴장된다”며 “관객은 소수지만, 우리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 사람들이 바로 앞에 앉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김새와 다른 ‘진지 청년들’과 마주한 느낌, 첫인상이 그랬다.
1시간의 리허설을 마쳤을까? 그들이 연습실로 안내했다. 악기로 꽉 찬 연습실 한편에 가지런히 의자 네 개를 놓고, 카메라도 자리를 잡았다.
-보드카레인 음악이 참 좋아요. 잘 듣고 있어요.
=(일동.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음을 지으며) 앗!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승준) “네, 인터뷰어를 뽑기 위해서 가위, 바위, 보를 하겠습니다. 자, 한 판 입니다. 가위, 바위, 보”
가위를 낸 사람 세 명, 보를 낸 사람은 주윤하씨다.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편히 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꿈”이라는 착한 사람 윤하씨. 그가 마이크를 들고 멤버들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관객들 호응과 ‘쥐꼬리’ 월급이 음악의 원동력”
보드카레인 새 앨범 ‘이분쉼표’
-(윤하) 안녕하십니까? 두드림 11회, 오늘은 보드카레인을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보드카레인을 시청자분들에게 소개해주세요.
=(승준) 밴드 이름은 제가 지었어요. 이름 짓고, 제목 짓는 것은 제 담당입니다. 보드카레인은 말 그대로, 우리의 음악을 들었을 때, 하늘에서 보드카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고 지은 이름입니다. 하늘에서 도수 40도의 독한 술이 내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앞으로도 그런 반응을 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윤하) 밴드 생활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상준) 확실히 큰 무대에 섰을 때, 관객이 많은 무대에서 연주를 하고 공연을 할 때,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면 큰 힘을 받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 달에 한번씩 월급(?)이 입금 됐을 때, 그게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큰 웃음)
-(윤하) 기억에 남는 일이나, 힘든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
=(승준) 월급이 많이 들어왔을 때 기억에 남고, 생각보다 입금이 안됐을 때 가장 슬프고요. 농담이고요! (또 웃음) 녹음할 때 가장 힘들어요, 녹음실에 들어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정말 외로운 작업이고, 힘든 작업인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 관객들에게서 받는 힘과 에너지가 그리운 시간이죠.
술처럼 중독되는 보드카레인의 음악
-(윤하) 보드카레인의 음악은 ○○○ 이다?
=(상준) 중독성!
-(윤하) 보드카레인 멤버들이 아끼는 곡은?
=(승준) 개인적으로 보드카레인의 보석 같은 곡은 ‘데자뷰’가 아닐까 생각해요. 달랑 비정규 음반(EP) 한 장 들고 다닐 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곡이고요. 지금의 보드카레인을 있게 해준 곡입니다.
=(상준) 2집의 ‘최종진술’이란 곡을 좋아해요. 그 곡을 녹음할 때, 상의를 벗고 해야할 만큼 강렬했던 곡입니다. 또 녹음 경험이 처음이라서 기억이 남아요.
=(해완) 2집의 ‘매직컬 미스터리 포(Magical Mystery Four)’라는 곡을 좋아해요. 제가 비틀즈를 참 좋아하는데 비틀즈를 노래한 곡이거든요. 그 곡을 가장 좋아합니다.
“삶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 곧 열정”
-(윤하) 음악을 만드는 힘은 뭘까요?
=(승준) 작업할 때마다 정말로 고민을 많이 해요.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큰 힘은 자기 삶에 대한 애정인 것 같아요. 꼭 제 자신의 삶만이 아니라, 제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가지고 있어요. 결국 삶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같고요. 결국 삶에 대한 애정은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하)10월에 발매된 비정규음반(EP) ‘이분쉼표’ 는?
=(승준) 살면서 잊고 지낸, 잊혀지고 있는 ‘기억’을 담고 싶었어요. 저희가 락 밴드이긴 하지만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대한 욕심도 있고, 좋아하기도 하고, 해마다 어쿠스틱 공연을 따로 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감성을 앨범에 담았습니다. 일렉 기타를 내려놓고, 통기타를 들고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별히 가을을 맞아 대목을 누린다는 생각은 없습니다.(웃음) 순수한 마음으로, 가볍게. 싱그러운 느낌으로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앨범 나오기 전에는 항상 잘 될 것 같거든요. (웃음)
-(윤하) 이번엔 그 예감이 잘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비틀즈가 우리의 모델…불이익 당하더라도 사회참여는 계속”
-보드카레인을 인디계의 ‘비틀즈’라 불른다. 비틀즈를 ‘롤모델’로 삼은 이유는?
=(승준) 비틀즈가 상징성이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것 하나가 건강한 이미지의 밴드라는 것입니다. 또 대중과 가장 긴밀하게 호흡했던 락밴드라고 생각해요. 존레논은 비틀즈 이후에 세계 평화를 위한 노래를 만들었고,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보드카레인도 음악적인 스타일을 다양하게 추구하면서 오랫동안 대중들과 호흡하고 싶어요. 끝까지 오랫동안, 길게…. (웃음)
-보드카레인의 사회 참여에 팬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계획이 있나?
=(윤하) 우리의 생각이나 활동 방향과 맞는, 올바른 정책을 지지하는 모임이 있다면 꼭 참석하고, 지지하겠습니다. 어떤 불이익이 오더라도 말이죠.
=(승준) 보드카레인은 다양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수의 의견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수라는 이름으로 소수를 억압하는 폭력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찾아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20년 우정에서 숙성한 모던록…“서로가 자산”
-멤버들의 우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해완) 리더 윤하씨와 보컬 승준씨는 초등학교 친구예요. 오래전부터 붙어 지내던 둘이 밴드를 해보자라고 해서 먼저 시작하게 됐고, 저와 윤하씨는 10년 전에 음악 하다가 알게 됐어요. 1집 활동부터 막내 상준씨와 같이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같이 있으면 좋고, 아웅다웅하더라도 안 볼 때는 궁금하고 그래요. 어쨌든 서로가 있어서 지금까지 왔다고, 다들 생각합니다.
-<한겨레>와 <하니TV>독자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은?
=(승준) 특별히 <하니TV>와 인터뷰하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더 뜻 깊었던 것 같습니다. <하니TV> 독자들이 의식 있으신 분들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뮤지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뮤지션이 멋있을 수 있도록, 뮤지션이 시시한 것이 아니라, 가장 멋있는 엔터테이너라는 것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뮤직비디오 영상 인디투고 제공. 사진 보드카레인 제공.
#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지난 5월, <하니TV> 개국과 함께 선보인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인디 음악인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인터뷰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캐비넷 싱얼롱즈, 아마도 이자람 밴드, 치즈스테레오, 좋아서 하는 밴드, 악퉁, 이한철과 더 박스 버스 라이더스, 국카스텐, 어쿠스트릿, 브로콜리 너마저, 뜨거운 감자, 보드카레인 등 실력 있는 인디 음악인들이 다녀갔다.
인디음악의 메카인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500여개 팀이 활동하고, 40여개 음악 레이블(기획사)의 모임인 ‘서교음악자치회’(회장 최원민)가 인디음악의 부흥을 위해 애쓰고 있다. 500여 개의 팀을 모두 인터뷰 하는 그날까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노래하는 인디음악인들의 이야기와 연주에 귀를 기울이겠다. 출연 요청은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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