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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로큰롤 밴드 ‘오! 부라더스’ 멤버들. 사진은 카바레 사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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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콘서트 두드림】⑬ 로큰롤 국가대표 ‘오! 부라더스’
사랑을 위하여 ‘가까이 더 가까이’, 제대로 ‘춤바람’
외국 페스티벌 참가·영화 출연도 하면서 ‘오!오!오!’
‘춤바람’이 난 문화 예술인들이 지난 15일 저녁 홍대의 한 클럽에 모였다. 대학로 등에 춤바람을 일으킨 ‘딴따라 댄스홀(스윙댄스 동호회)’ 의 3주년을 기념해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끌리면 오라!”는 이 파티의 선전 문구는 춤 바람 난 사람들의 본능과 끼를 건드렸다.
클럽에 들어서자 마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로큰롤 음악에 온몸이 들썩거렸다. 이미 무대를 장악한 댄서들은 자유롭게, 열심히 춤 바람을 즐겼다. 무대의 한 귀퉁이엔 낯익은 시의 한 구절이 적혀 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시인이 귓가에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춤춰. 춤춰. 부끄러워마. 아무도 안볼거야”
#관객과 엉덩이를 함께 흔들며 ‘자유’를 허락한 밤
그 사이 ‘딴따라 댄스홀’의 멋진 댄서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쉘 위 댄스? (우리 춤 출까요?)” 춤의 기본이자 모든 것이라고 하는 ‘락스텝’을 배웠다. 친절한 춤 선생은 바빠졌다. “오른쪽 다리를 뒤로하고, 엉덩이는 빼시면 안 돼요” 그러나,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초보 댄서는 자꾸만 춤 선생의 발을 밟는다. 눈치 없는 엉덩이는 계속 뒤로 빠지고, 뻣뻣한 몸과 달리 마음은 바쁘다.
정신없이 음악에 맞춰 스탭을 밟고 있었는데 “빠빠빠∼ 빠빠빠∼” 섹소폰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복고 패션이 물씬 느껴지는 회색 슈트를 입고, 은행나무의 잎을 닮은 구두를 맞춰 신은 다섯명의 사나이가 차례로 무대를 채운다. “오! 부라더스” 댄서들이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우리는 왜 파티를 하는가?” ’오! 부라더스’의 베이시스트 이성문씨가 말문을 열었다. 답변을 망설이는 댄서들을 향해 노골적이지만 이유있는 설명이 돌아왔다. “그건 사랑하기 위해서죠. 오늘 한 번 제대로 놀아봅시다.”
“오! 아가씨 너무 예뻐. 어찌 그리 예뻐요? 아! 아! 아!”
동그란 얼굴이 매력적인 최성수(보컬)씨가 므흣한(?) 표정을 지으며 ‘아가씨 (4집 수록곡)’를 불렀다. 걸그룹 ‘원더걸스’에게 ‘노바디 댄스’가 있다면 보이그룹(?) ‘오! 부라더스’에겐 ‘아가씨 댄스’가 있었다. “오! 아가씨 너무 예뻐. 어찌 그리 예뻐요? 아! 아! 아!”에 맞춰 ‘딴따라 댄서’들은 두 팔은 하늘을 향해, 두 다리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흔들었다. 오! 부라더스의 ‘명랑’이 댄서들에게 ‘자유’를 허락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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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로큰롤 밴드 ‘오! 부라더스’ 멤버들. 사진은 카바레 사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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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생활 10년 차, 역사만큼 사연도 가지가지
오! 부라더스는 연신 “가까이, 더 가까이”를 외친다. 관객들과 호흡은 이들 음악의 신념과 같았다. 1998년 결성된 국내 유일의 남성 5인조(최성수/보컬, 이성배/색소폰, 이성문/베이스, 김정웅/기타, 안태준/드럼) 로큰롤 밴드다. 인디생활 10년 차, 역사만큼 사연도 많다.
이성배(섹소폰)씨는 “당시 입에 올리기에 어려운 이름으로 밴드를 시작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오르가즘 부라더스’가 ‘오! 부라더스’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이씨는 “사람들에게 밴드를 더 많이 소개해야 하는데, ‘오르가즘 부라더스’라고 말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1년에는 1집 앨범 ‘명랑 트위스트’를 발표했다.
1집과 함께 이들은 국제 무대로 뛰어들었다. 한국형 로큰롤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고 싶었다. 2005년, 일본 나에바에서 열린 ‘퓨지 락 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에서 로큰롤 국가대표로 무대에 올랐다. 2006년엔 싱가포르에서 열린 ‘모자이크 뮤직 페스티벌(Mosaic Music Festival)’에 참가했다.
오! 부라더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영화로 보폭을 넓혔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울랄라 시스터즈>, <죽어도 해피엔딩> 등에 출연했다. 2007년에 발표한 4집 앨범 ‘하우 머취 게틴 베리 핫? (How Much Gettin‘ Very Hot?)’ 에서는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를, 밝고 유쾌한 로큰롤 사운드에 담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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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만나보니
“좋아서 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첫 거리 공연에서 받은 1000원 잊을 수 없어 로큰롤의 본토인 미국에 가서 공연해봤으면
지난 17일 망원동에 있는 오! 부라더스의 연습실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또, 슈트 차림이다. “인터뷰를 위해 입었다”고 한다. 슈트가 회색인 이유가 궁금했다. “앨범마다 슈트 색깔이 바뀐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연습실 한 켠에는 다양한 색깔의 슈트가 무지개처럼 빛나고 있었다. 1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오! 부라더스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 위해 인터뷰에 속도를 냈다. 멤버들은 “오랜만에 인터뷰라 설렌다”고 했다.
음악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봤다. ‘인디밴드 1세대’의 대표 선수들이 모여있는 ‘카바레 사운드’의 대표이자 ‘오! 부라더스’의 맏형 이성문씨에게 ‘인디음악’의 어제와 내일을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오! 부라더스’는 어떻게 만나 음악을 하게 됐나.
= (태준) 성배씨와 성문씨는 친형제다. 둘이 먼저 시작했고, 내가 합류했다. 그 다음엔 성수씨가 들어왔고, 막내이자 젊은피 정웅씨가 4집 앨범과 함께 합류했다.
- 멤버들에게 ‘음악’이란.
= (성문) 음악은 여자친구 같은 것이다. 내 맘대로 안된다.(웃음) 음악도 마음대로 안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좋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하다.
- 왜 ‘로큰롤’을 고집하는가.
= (성수) 좋아하니까.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다.
-성수씨는 스스로 ‘외로운 로큰롤러’라고 하던데, 로큰롤을 좋아하는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 (성수) 세탁소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로큰롤 음악을 좋아했다. 하루종일 음악을 틀어놓았다. 덕분에 어린시절부터 로큰롤 음악을 듣고 자랐다. 오! 부라더스의 멤버가 되기 전, 티브이에 출연한 다른 멤버들을 보고 생각했다. 이 놈들 봐라. 작정하고 나왔네. (웃음)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한번은 오! 부라더스 공연을 보려고 인천에서 무작정 서울행 지하철을 탔다. 2시간 넘게 걸려서 갔는데, 공연이 취소된 것이다. 그 때도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놈들 봐라.(웃음) 팬이었을 때, 어느 날엔 멤버들에게 ‘삼선 짜장’을 샀다. 이 사람들도 ‘삼선 짜장’을 먹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오! 부라더스 멤버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웃음)
- 밴드 생활 10년 차,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 (성문) 거리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버스킹(거리에서 연주를 하고 청중들로부터 돈을 받는 행위)을 하고, 처음으로 돈을 받았을 때가 기억난다.
- 그때 받은 돈이 얼마 였나.
= (성문) 1000원이다. 그 1000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 앞으로도 거리공연으로 자주 만날 수 있나?
= (성문) 오! 부라더스는 유명해졌다. 더욱 더 유명해질 것이고, 지금보다 처지도 나아질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거리에서 음악을 시작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거리는 우리에게 부모같은 존재다. 아무리 우리가 성공했어도 자기 부모를 버릴 수는 없잖은가. 기회가 되면 될수록 거리에서 조금 더 멋있게, 더 열심히 공연을 할 것 같다.
- ‘인디음악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카바레 사운드’ 도 10년 넘게 활동했다. 감회가 어떤지?
= (성문) 그동안은 홍대 인디씬이 다양함에 초첨을 맞춘 것 같다. 이제는 퀄리티(품질)인 것 같다. 이미 다양해진 많은 인디 음악들이 양질의 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 오! 부라더스의 꿈은
= (성수) 내 꿈은 한결 같다. 어릴적부터 로큰롤 음악을 많이 부르고, 만들고, 공연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로큰롤 밴드는 우리가 유일한데, 두 팀 정도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같이 공연하러 다니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 (정웅) 공연을 더 많이 하고 싶다. 2009년에는 100회쯤 공연을 한 것 같다. 연 200회 공연이 목표다.
= (태준) 아직 가보지 못한 동네에 가서 우리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로큰롤의 본토 미국에 가서 공연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 <하니TV> 시청자 여러분께
= (성문) 요즘에 경기도 안좋고, 사회적 분위기도 안좋은 것 같다. 이럴 때 일수록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이럴 때 쓰려고 오! 부라더스도 있고, 음악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분위기가 안좋다고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즐거운 일을 찾아다니면 좋을 것 같다.
박수진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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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지난 5월, <하니TV> 개국과 함께 선보인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인디 음악인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인터뷰’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캐비넷 싱얼롱즈, 아마도 이자람 밴드, 치즈스테레오, 좋아서 하는 밴드, 악퉁, 이한철과 더 박스 버스 라이더스, 국카스텐, 어쿠스트릿, 브로콜리 너마저, 뜨거운 감자, 보드카레인, 노리플라이, 오! 부라더스 등 실력 있는 인디 음악인들이 다녀갔다.
인디음악의 메카인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200여 개 팀이 활동하고, 40여 개 음악 레이블(기획사)의 모임인 ‘서교음악자치회’(회장 최원민)가 인디음악의 부흥을 위해 애쓰고 있다. 200여 개의 팀을 모두 인터뷰하는 그날까지…. ‘두드림’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노래하는 인디음악인들의 이야기와 연주에 귀를 기울일 예정이다. 출연 요청은 02)710-0037, jjinpd@hani.co.kr
박수진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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