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콘서트 두드림] 〈19〉안녕바다
세대 ‘항구’마다 자유 부려놓고 ‘싱싱한’ 소통
‘오프닝 전문’ 딱지 떼고 인디-대중음악 ‘다리’
“내가 고백을 하면 아마 놀랄 거야, 깜짝 놀랄 거야!”
국민가수 이승환의 공연장. 일명 ‘바람잡이’ 오프닝 가수(?)가 먼저 무대에 올랐다. “제 머리 자연산이에요. 지독한 곱슬머리인데, 무작정 길러봤더니 ‘뽀글머리’가 됐어요.” 보컬의 ‘노란 뽀글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고백’은 뭘까?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산울림> 11집 수록곡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 거야’ 다. 이 밴드 멤버들은 ‘산울림’ 음악을 듣고 자라면서 꿈을 키웠다. 그래서 늘 오프닝은 “깜짝 놀랄 거야”다. 그들의 깜찍한 고백으로 공연장의 열기는 후끈 달아 오른다.
“(그날도) 오프닝 무대에 섰는데, 눈앞에 2만여 명이 팔짱을 끼고 저희를 보시더라고요. 그 눈빛은 ‘너희가 어디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 였어요. 첫 곡을 끝내고 깜짝 놀랐죠. 그렇게 커다란 환호성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어요. 그때, 오프닝 무대에 서게 된 것도 너무 행복했지만, 언젠가 이런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죠.”
비슷한 모양의 안경을 쓴 네 남자. 방긋 웃으면서 자신들을 ‘안녕바다’ 라고 소개했다. 모두 안경을 쓰고 있어서 팬들은 ‘안경바다’라고도 부른다. 아래는 네 남자가 직접 쓴 ‘안녕바다’ 결성기다.
※등장인물
보컬 나무 : 안녕바다를 있게 한 장본인.
드럼 준혁 : 맏형이라서 멤버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함.
건반 대현 : 막내라서 심부름을 거의 다 함.
베이스 명제 : 멤버들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착한 멤버.
나무 : 난 노래한다. 혼자 거리에 나와 기타를 치고 노래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기, 내 앞에서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은 며칠째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는 가죽 점퍼와 가죽 장갑을 끼고 있다. 어느 날, 그가 다가왔다. 그는 “드럼을 치는 사람인데, 같이 음악을 해보지 않겠냐”며 무덤덤한 ‘프러포즈’를 했다. 사실, 조금 무서웠다. 그에게 감자탕을 얻어먹고, 얼큰한 약속을 했다. “같이 음악 해봅시다!”
인디밴드 ‘안녕바다’의 멤버 나무. 사진 플럭서스 뮤직 제공.
준혁 : 난 드럼을 친다. 주민등록증을 받은 다음부터 드럼을 쳤으니 10년이 넘었을 거다. 음악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다. 며칠째, 기타 한 대를 들고 노래를 하는 ‘노란 뽀글머리’ 사나이가 눈에 들어왔다. 난 그의 독특한 비음에 매료되었고, 그의 거리공연을 주시하고 있다. 이건 나중에 안 사실인데, 보컬인 나무는 심각한 ‘비염’을 앓고 있었다.
대현 : 난 건반을 연주한다. 어릴 적, 엄마 손에 끌려간 피아노학원에서 음악과 인연이 됐다. 고등학생 시절, 고민이 많은 아이였다.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자극적인 음악을 찾아 듣게 됐다. 자연스럽게 그런 음악을 동경했다. 그때, 빡빡이 머리의 범상치 않은 친구가 다가왔다. 몇 년 뒤, 홍대 근처 어느 편의점 앞에서 그와 다시 만났다.
명제 : 난 베이스를 친다. 록을 위해 태어났고, 록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락생락사.’
지하에 산다. B동 103호. 지하는 밤인지, 낮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어느 날, 새벽에 너무 목이 말라 물을 사러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근처 어디선가, 아름다운 멜로디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다. 벤치에 앉아 노래를 하고 있는 ‘노란 뽀글머리’와 마주쳤다. 그는 옆,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그 주변엔 두 사람이 있었는데, 흐뭇한 표정으로 내게 눈빛을 보냈다. 어느새, 나 역시 그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안녕바다의 ‘음악’이 시작됐다.
인디밴드 ‘안녕바다’의 멤버 대현. 사진은 플럭서스 뮤직 제공.
나무 :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린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만날 때마다 으르렁하거나, 깔깔거린다. 만날 사람이라곤 우리뿐이니 너무나 자연스러운 우리만의 사회다. 이제는 완전히 적응했다. 가끔, 싸움을 피할 줄도 안다. 지혜가 생긴 것이다. 눈빛만 봐도 어떤 말을 할지 뻔히 아니까 굳이 묻지 않는다. 우리들의 사회는 꽤 단순하고 아름답다.
#주전공은 ‘모던 록’, 삶의 희로애락을 ‘락’에
“처음엔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란 거창한 이름으로 밴드를 시작했죠. 소개하기도 어렵고,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도 힘든 이름이었어요. 고민이었죠.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고, 그래서 이름을 바꿨어요. ‘안녕’이 두 가지 의미가 있잖아요. 만날 때 하는 인사(헬로)와 헤어질 때 하는 인사(바이바이).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느낌의 음악을 하자고 생각했죠. ‘바다’의 청량함과 마르지 않는 순수함은 그대로 하고요.”(명제)
인디밴드 생활 5년 차, 드디어 ‘오프닝 전문 밴드’란 딱지를 뗐다. 지난겨울엔 ‘안녕바다’의 이름이 커다랗게 새겨진 첫 번째 미니앨범 ‘보이스 유니버스’(Boy’s Universe)를 들고 나왔다. 종종 레코드점에 찾아가서 자신들의 음반을 손에 들고 신기해하는가 하면 레코드점 주인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풋풋한 인사도 잊지 않는다.
안녕바다의 주전공은 ‘모던 록’이다. 삶의 희로애락을 ‘락’에 담고 싶었단다. 특히, 라이브 공연에 욕심이 많다.
“그동안 음반이 없어서 참여하지 못한 국내·외 락 페스티벌에 모두 참여하고 싶고요. 인디와 대중음악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겸손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인디밴드 ‘안녕바다’의 멤버 명제. 사진은 플럭서스 뮤직 제공.
#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 ‘숨은 고수’로 화려한 신고
“안녕바다가 생각하는 ‘인디 밴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망설임이 없었다.
“‘음악’은 음표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인데, 꼭 구분해야 한다면 ‘인디밴드’는 가장 현명한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무)
2006년,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를 결성해 거리와 클럽에서 쉬지 않고 공연을 했다. 1년 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등용문이라고 꼽히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 200여 팀과 경쟁을 벌여 ‘숨은 고수’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같은 해, 이비에스(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로 선정돼 인디신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노력한 만큼 되돌아 온 좋은 결과에 온몸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2008년, 이승환, ‘클레지 콰이’, ‘더블유 앤 웨일’ 등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모여 있는 음반 기획사 ‘플럭서스 뮤직’에 합류했다. 선배들은 존재 자체로 배움인데, ‘족집게 과외’까지 받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안녕바다의 음악적인 감성은 변하지 않았어요. 다만, 예전보다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고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음악 스타일이 다양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죠.”(명제)
인디밴드 ‘안녕바다’의 멤버 준혁. 사진은 플럭서스 뮤직 제공.
그러나 큰 기획사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 음악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걱정 어린 시선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희가 큰 기획사에 들어가니까 ‘기획사 의도대로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기획사에서는 오히려 생활하는 것에 더 많은 조언을 많이 받아요. 가끔 ‘방 좀 치우라’고 하죠. (웃음) 지난 2년 동안 음악에 대해서 간섭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음악은 ‘마음대로 해보라고 해요’ 처음엔 불만이었죠. 우릴 너무 방치하는 게 아닌가.” (나무)
‘음악’이란 귀여운 핑계로 만났지만, 멤버들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안녕바다는 자신을 ‘라이브 밴드’라고 합니다. 살아 있는 라이브 음악으로 더 많은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산울림 선배님처럼 음악을 통해 여러 세대와 ‘문화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대현)
# 직장인 이효지씨의 ‘두드림’ 시청기
마지막으로 두드림 시청기를 올려 준 직장인 이효지씨의 사연이에요. “우연히 ‘인디음악’을 듣게 된 날, 내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귓가에 날아든 낯선 음성의 주인공은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뮤지션.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내게 말을 건넸다. 때론 지친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해주었고, 어느 노동가요처럼 내 삶의 에너지가 됐다. 홍대 클럽에 찾아갈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했으며 무대를 향해 오른 팔을 번쩍 들고 엉덩이를 흔들게 했다. ‘인디음악’은 왠지 ‘진심’ 같다. ‘진심’이 통할 때까지….”
※‘두드림’ 시청기를 보내주시면 사연도 소개하고, 인디밴드의 음반을 보내드립니다. ‘두드림’ 출연요청과 시청기는 jjinpd@hani.co.kr
글·영상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이럴 땐, 이런 음악!
2009년 12월에 발매된 안녕바다의 첫 미니 앨범 보이스 유니버스(Boy’s Universe) 중에서 골랐습니다.
하던 일 잠시 멈추고, 플레이 버튼(▶) ‘꾹’ 눌러보세요.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거에요!
♪ 별빛이 내린다.
“고향의 밤 하늘엔 별이 빽빽하게 차 있었는데, 도시의 밤은 캄캄하고 별 하나 보이지 않더라고요. ‘별빛 쏟아지던 시골 하늘을 그대로 도시에 옮기면 어떨까’ 하는 판타지에서 곡을 만들게 됐죠.”
안녕바다의 보컬 나무가 산골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만든 곡으로 유명하죠. 반복되는 ‘샤라랄랄라∼ 샤라랄랄라∼’는 은근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
* 플레이버튼(▶)을 클릭하면 노래가 들립니다.
♪ 뷰티플 댄스 (Beautiful Dance)
“자신을 믿어. let it go!” 영화 <빌리 앨리어트>((Billy Elliot))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하죠. 영화의 주인공인 빌리는 탄광촌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권투를 권유하지만, 빌리의 마음은 온통 춤으로 가득 찼죠. 계속되는 주변의 반대로 꿈을 포기하기에 이른 빌리,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도움으로 런던행 기차에 오르는데….
소년 빌리가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가사에 담았습니다. 이 곡은 ‘안녕바다’ 가 방황하는 청춘들에 바치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죠.
* 플레이버튼(▶)을 클릭하면 노래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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