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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10 10:45 수정 : 2011.01.10 15:10

‘미성년연애사’ 조정치

[두드림 33회] ‘미성년연애사’ 조정치
‘리쌍 객원가수 정인 남자친구’의 야구장에서 탄생한 ‘미성년연애사’

일단, 조정치 ‘5문 5답’ 들어간다. 묻는 말에 짧게 대답해주길….

-첫 번째 질문, 본명은?

“조정치 (놀림 많이 받았죠?) 놀려봐요! 생각보다 재미가 없을걸요. ‘그럼, 동생은 경제야?’라고 물어볼 거면 패스!”

-본업은?

“기타리스트, 현재는 1집 앨범 ‘미성년 연애사’로 갓 데뷔한 싱어 송 라이터.”

-인생 모토는?

“입술은 빨갛게, 사랑은 뜨겁게, 인생은 즐겁게!”

-여자 친구는?


“없을 것 같이 생겼지만, 8년째 연애 중이랍니다. 그것도 유명인이라는 거.” (‘도대체 누구야?’라고 물었더니 “60초 뒤에 공개…”라고 대답했다.)

-새해엔 어떻게 ‘인생 정치’를?

“저기~, 인생에 답 없고요. 서둘러봤자, 다 똑같습니다. 거북이를 기다리던 토끼처럼 천천히 갑시다.”

## 미소년에서 미청년으로 성장한 기타리스트

기타리스트 조정치는 일찍이 강산에, 한영애, 윤종신, 뜨거운 감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하고 투어 세션으로 활약했다. 그가 성인들의 이야기를 앨범에 담아 홀로서기를 했다. 이름도 거창하다. ‘미성년 연애사(美成年 戀愛史)’. 아름답게 사랑에 미친 성년들의 이야기다.

홀로서기 전, 그는 록밴드에서 활약했다. 거친 록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 ‘그린 치즈’에서도 그는 기타를 잡았고, 눈앞에서 흔들어 대는 것이 기타 줄인지 머리채인지 분간이 안가는 메탈밴드 ‘파고다’에서도 기타를 메고 있었다. 그는 기타 솔로앨범이나 교본 집이라도 낼 기세였지만, 결과물은 재미있게도 어쿠스틱이 기반인 싱어 송 라이터 앨범이다.

“5년 준비했죠. 노래를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누군가 시켜주는 사람이 있던 것도 아닐뿐더러, 20대 내내 연주를 하느라, 밥벌이에 치이다 보니까…. 오래 걸렸어요.”

그는 미소년이던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기타를 잡았다. 당시 또래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기타 붐’이 일었다. 취미도 특기도 게임이라, 공부는 뒷전인 아들에게 어머니는 취미삼아 기타를 배우라고 했다. 7만원 하던 기타는 한동안 장식품으로 전락했다가, 산지 1년 뒤 그의 눈에 번쩍 띄었다.

“록밴드 익스트림(Extreme)의 기타리스트 ‘누노 베턴커트 (Nuno Bettencourt)’를 보고 감명을 받아서’라는…. 뭐, 그런 멋있는 계기는 전혀 없었어요.” (깔깔깔)

1999년, 한영애의 ‘가을 시선’은 ‘미청년’으로 성장한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는 그 곡에서 “가사의 진정성을 보았다”고 했다.

“연주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틈틈이 노래를 만들어 왔고, 앨범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앨범 준비할 때, ‘지금 가능한 범위’에 집중을 했으니까 가사에 더 마음을 기울였죠. 문제는 게을러서….”

## 야구장에서 탄생한 미성년연애사


‘미성년연애사’ 조정치
어느 날, 야구 중계를 보다가 카메라에 비친 관중이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 피켓엔 ‘미중년 ○○○’이라고 적혀 있었다. 첫 앨범 ‘미성년 연애사’란 센스 있는 제목은 그렇게 탄생했다. “제가 원래 주워 먹기를 잘하고, 애매한 걸 정말 좋아하죠.” (호호호)

이유야 어쨌든, ‘완숙한’ 성인의 ‘연애담’이라니 ‘미(美)성년’의 의미가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언제쯤 ‘미(未)성년’에서 ‘미(美)성년’이 됐을까?

“지금도 ‘아름다울 미’ 자를 쓴 미성년은 아닌 것 같고요. (웃음) 다만, 삼십대가 되니까 뭔가 좀 달라지긴 했어요. 강박증이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20대엔 하나하나 하는 일 모두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요즘엔 뭐든, 심각하게 고민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확실히 여유가 생겨요.”

첫 앨범의 반응은 둘로 엇갈린다. “노래 좀 잘하라”는 야유부터 “가사가 귀에 쏙쏙, 마음에 쏙쏙 들어온다”는 칭찬까지…. 야유에 대한 그의 해명은 가벼운 무시에 가까웠다.

“가창력 논란이요, 당연한 걸 가지고. 전 기타리스트였으니까요. (웃음) 개인적으로 유희열씨가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요.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 노래할 때는 뭔가 좀 더 진실하게 들리는 것 같은 효과도 있고요. 기대를 안 하고 들으면 좋은데, 참 괜찮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웃음)

## 제목에 낚이더라도 연애 뒷담화는 화끈하게!

그의 가사엔 어른이면 이해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는 삶의 궤적과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있는 그대로 만들면 재미가 없어서 다시마와 엠에스지(MSG·식품첨가물)를 대량살포”하기도 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후끈했다.

그는 “다시 만나서 터질 듯한 심장이 부르는 그 말을 하라” (‘다시 만나라’ 중에서)고 목청을 높였다. 그 노래를 듣고, 실천한 커플도 수두룩하다. 한번 어긋난 청춘의 조각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으려고 애쓰는데, 정작 당사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나름의 경험이 많이 있답니다. 제 경험상, 한 번 헤어진 연인은 다시 만나도 좋은 경우가 드물어요. 통계도 그래요. 통계 그거 중요하잖아요.” (웃음)

어쨌든. 후자의 반응에 대해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말했다. “원래, ‘뒷담화’는 잘 들려요. 삼겹살에 소주잔 기울인 남자들과, 커피 리필 받아 마시며 속닥대는 여자들의 ‘연애 뒷담화’를 속 시원하게 까발리고 싶었죠. 결국, 인간이 갖고 있는 모순된 감정들을 모두 들어내는 일이니까요. 미성년 연애사란 앨범 제목에 낚이는 분들한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 리쌍 객원 보컬 정인의 애인

‘낚인’ 사람에게 미안해하는 고운 심성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은 리쌍의 객원 보컬인 정인의 남자친구로 낚였다.

“지난해, 정인씨가 앨범을 내고 제가 세션을 맡고 있는 음악방송에 출연했을 때였죠. 리쌍의 길씨가 축하해주러 와서는 갑자기 ‘여기 정인이 남자친구 있습니다’라고 해버린 거예요. 예고도 없이 무대로 끌려나갔죠. 수염도 덥수룩하고, 머리도 안 감았는데. (머리를 긁적긁적) 회사에서는 제가 드디어 티브이에 나왔다고 난리고, 저는 이름도 없이 ‘정인 남자친구’로 실시간 검색어에 뜨고 말이죠.”

두 사람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났다. 그는 ‘솔직히’란 말로 운을 뗐다. “솔직히, 느낌이 좋지 않았고, 음악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어요. 얼굴 한번 보려고 나갔는데 둘 다 ‘삼선 슬리퍼’를 신고 나온 거예요.” (웃음) ‘삼선 슬리퍼’의 인연은 8년이란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연애만 8년째인 늙은 오빠 조정치. 그는 한창 ‘연애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무엇보다 상대의 노력을 알아차려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보통 잘 몰라요. 상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저도 처음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어떻게 배려해줬는지 알게 됐어요. 그런 관계가 참 고맙고, 순간순간 감동인 적이 많았어요.”


‘미성년연애사’ 조정치
## 밀린 음악 숙제 하는 기분으로 마이크 앞에

그는 기타를 들고,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매일 새로운 경험에 놀라고,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씩씩하게 해내고 있다. 그 원동력은 뭘까.

“처음부터 노래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에요.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누군가 내 노랠 들었을 때, 공감하기를 바랐을 뿐이죠. 그런데 내가 만든 노래를 불러줄 사람을 찾기가 쉬워야 말이죠. 하다 보니 계속 하고 싶어요. 저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다른 음악가들에게, 음악 청취자들에게 미안한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되는데 말이죠.” (웃음)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조정치가 말하는 ‘미성년 연애사’

미성년 연애사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곡은 설정과 장면으로 시작해요. 이해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한 사람이 곁에 없는 한 사람을 그리는 이야기, 대부분 연애하는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사실, 오랫동안 기타리스트로 음악생활을 해왔지만, 이 앨범에선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짤막하고 감춰진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어요.

♪ 사랑은 한 잔의 소주

소주는 독하지만 매력적인 술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인생이 고달프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소주잔을 기울이지요. 사실, 인생은 맥주처럼 시원하지도 않고 양주처럼 값비싸지도 않잖아요. 언제나 후회하고 다짐하지만, 빠져들게 하는 것은 사랑과 닮았고 값싸고, 독한 구석은 인생이랑 닮았기도 합니다. ‘사랑은 한잔의 소주’는 그런 이야기를 담았어요. 오늘 하루의 행복이 숙제! 같이 취해보실래요?

♪ 마성의 연인 (Feat. 정인)

‘마성의 여인’은 여자친구 정인씨가 참여한 듀엣곡입니다. 일본의 한 텔레비전 쇼와 제목이 같습니다. 남자 등쳐먹는 여자를 골탕먹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불쌍한 남자들 많더군요.

♪ 왈츠 포 슈 (Waltz for Sue)

‘Waltz For Sue’는 이루어질 수 없는 연인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둘은 어두운 방에서 서로에 기댄 채 왈츠를 춥니다. 두 사람은 즐겁게 웃고 있고, 실제로도 즐겁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늘 밤 뿐이라는 설정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날이 밝으면 해어져 다시 볼 수 없는 사이죠. (우려하시는 대로) 불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남녀가 아닌 남남 혹은 녀녀 일수도 있겠네요. 이후의 이야기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둘이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그 밤 그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의 기분은 그렇습니다.

글/조정치 @milesch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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