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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25 21:09 수정 : 2010.06.01 15:05

추어탕

[매거진 esc]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 추탕·추어탕





추어탕은 서민들의 보양식이었다. 미꾸라지는 긴 겨울잠을 자는 습성이 있어 가을에는 겨울을 날 영양분을 몸에 비축한다. 그래서 가을 미꾸라지는 자양분 덩어리 그 자체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가을이 되면 어머니들은 논이나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식구들에게 원기를 불어넣었다. 워낙에 흔한 서민음식이라 그런지 조선의 수많은 요리서에도 추어탕 끓이는 법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소를 도살하고 판매하던 반인(泮人)들의 별식이었다”는 ‘추두부탕’(鰍豆腐湯)에 대한 설명이 조선 후기에 편찬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나와 있는 정도이고 역시 그 무렵 청계천 주변의 걸인 조직인 ‘꼭지’들이 끓여 먹고 팔기도 하던 추어탕이 유명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뿐이다.

추어탕은 다양하다. 미꾸리로도 끓이고 미꾸라지로도 끓인다. 그러나 요즘 미꾸리 추어탕은 구경하기가 힘들다. 자연산 미꾸리가 귀해진 것은 물론, 양식하는 데도 미꾸라지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 양식업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끓이는 방식도 지역마다 다르다. 크게 보면 서울식 추탕과 남도식 추어탕으로 나뉜다. 서울식 추탕은 미꾸라지를 통째 넣어 끓이고 남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갈아 넣는다는 점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요즘은 서울식 추탕집들도 손님의 기호에 따라 갈아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구분이 모호해졌다.

그러나 육수를 내는 방식은 여전히 다르다. 추탕은 사골과 양지머리, 곱창 등으로 국물을 우려 유부, 두부, 버섯, 호박, 대파, 양파 등을 넣고 끓이다 산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다. 서울식 추탕은 얼큰한 것이 육개장과 흡사하다. 옛날 추탕 맛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맵싸했던 모양이다. 저널리스트이자 미식가로 유명한 홍승면은 어릴 적 먹었던 추탕의 매운맛을 “혀에서 불이 나서 화상을 입는 듯한 감각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남도식 추어탕은 경상도식(사진)과 전라도식으로 다시 나뉘는데 경상도식은 풋배추와 토란대, 부추 등을 넣고 끓여 맛이 개운하며 독특한 향이 나는 방아잎을 넣어 먹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전라도식은 무시래기를 듬뿍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해 구수하며 들깨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먹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경계도 요즘은 지역 간 인적 교류가 빈번하다 보니 많이 허물어진 것이 사실이다.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추어탕 명가는 전국 각지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식 추탕집으로는 용금옥(02-777-4749), 형제추탕(02-919-4455), 곰보추탕(02-928-5435)처럼 역사가 오랜 식당들이 아직 건재하다. 전라도식으로는 정동의 남도식당(전화번호 미상), 남원의 새집(063-625-2443), 광주의 무등산(062-228-2406)이 유명하며 경상도식으로는 여의도의 구마산(02-782-3269), 부산의 구포집(051-244-2146), 대구의 상주식당(053-425-5924) 등이 널리 알려졌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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