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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바꿀 수 있는 맛, 복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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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 복어
바야흐로 복어의 계절이다. 외모는 좀 우스꽝스럽게 생겼지만 복어처럼 사랑받는 생선도 없을 것이다. 중국 송나라의 시성이자 동파육이라는 요리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음식을 사랑했던 소동파는 복어의 맛을 ‘죽음과 바꿀 수 있는 맛’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일본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였던 기노시타 겐지로(木下謙次郞)는 그 맛을 ‘천계(天界)의 옥찬(玉饌)이 아니면 마계(魔界)의 기미(奇味)’라고 극찬했을 정도이다. 복어는 그지없이 담박한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아름다운 장미의 가시처럼 독이 있어 먹기를 주저하게 한다. <동의보감>도 복어에 대해 “맛은 좋지만 제대로 손질하지 않고 먹으면 죽을 수 있다. 살에는 독이 없으나 간과 알에는 독이 많기 때문에 간과 알, 등뼈 속의 검은 피를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복어의 독은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으로 산란기인 3월의 독은 청산가리보다 10배 이상 강해 한 마리에 함유되어 있는 양으로 성인 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이다. 하긴 예전에는 겨울철에 복어독으로 인한 사고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정부에서 복어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로 두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므로 전문식당에서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복어의 종류는 120여종에 달하나 우리나라와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것은 40여종이다. 자주복, 참복, 검복, 까치복, 황복, 밀복, 졸복 등이 대표적인 식용 복어 종류이다. 복어는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예전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일컬어졌다. 중국에서는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황복을 주로 먹기 때문에 강의 돼지라는 뜻의 하돈(河豚)이라고 흔히 부르고, 성을 잘 내는 고기라 하여 진어(嗔魚)라고도 하였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배를 부풀리는 생선이라 하여 기포어(氣泡魚) 또는 폐어(肺魚)라 하였고 등의 무늬가 곱다고 해서 대모어(代瑁魚)라 부르기도 했다. <자산어보>에는 돈어( 魚)라 기록되어 있고 그 외에 반어(班魚), 앵무어(鸚鵡魚), 호이어(胡夷魚), 마어(麻魚) 등의 명칭도 보인다. 복어요리는 회, 찜, 매운탕, 맑은국, 불고기, 튀김, 샤브샤브 등 다양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평소에 가까이하기 어렵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국이다. 복어의 참맛을 즐기려면 매운탕보다 맑은국이 제격이다. 같은 맑은국이라도 일본식 복지리가 가다랑어 육수를 써서 달짝지근한 데 반해 복어 머리를 넣고 푹 고아낸 국물에 콩나물, 미나리, 마늘 등을 듬뿍 넣고 끓인 우리식 복국은 시원해서 좋다. 부산의 구포집(051-244-2146), 부산(051-742-3600)과 서울(02-3448-5488)의 금수복국, 마산의 경북복집(055-223-8002), 통영의 분소식당(055-644-0495), 여의도의 해동복국(02-783-6011) 등이 복국으로 유명하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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