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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게 뚜껑에 밥 쓱쓱 비비면. 예종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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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 대게
대게의 철이 왔다.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게 중에서도 경북 영덕군 연안에서 나는 영덕대게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180여종의 게 중 가히 으뜸이라 할 만하다. 조선시대의 진상품으로도 널리 알려진 영덕대게는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게보다 유난히 다리가 길고 살이 많은데다 쫄깃하고 향긋하며 담백한 것이 풍미가 뛰어나다. 영덕대게의 맛이 특별한 이유는 영덕군 강구면과 축산면 사이에 펼쳐져 있는 5㎞ 남짓한 해역의 수심이 깊고 바닥이 모래와 자갈인데다 바깥쪽으로는 바닷속의 바위인 무아짬이 가로막고 있어 게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흔히 대게라는 이름을 큰 게라는 의미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게에 비해 영덕대게의 몸집이 크기도 하지만 사실은 다리가 길고 그 마디가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문으로는 ‘죽해’(竹蟹)라고 하는데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해(蟹)라는 이름의 유래를 게가 늦여름과 이른 가을에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껍질을 벗기 때문이라고 나와 있다. 대게는 큰 것보다 살이 많이 차 있는 것을 윗길로 친다. 따라서 대게를 고를 때는 같은 크기라도 무게가 많이 나가고 다리나 배를 눌러 봐서 단단한 것을 택해야 한다. 대게 중에서도 탈피를 한 뒤 속이 꽉 찬 게를 살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 하여 박달대게라 하는데, 이것을 현지 사람들은 최상품으로 친다. 홍게를 영덕대게와 혼동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게는 등껍질이 짙은 갈색이고 배 쪽은 흰색을 띠고 있는 데 반해 홍게는 몸통 전체가 진홍빛이라는 점이 다르다. 수입산 대게는 영덕대게와 더욱 흡사한데, 영덕대게는 다리가 가늘고 껍질이 얇으며 깨끗한 데 반해 수입산은 껍질에 흰색 반점이 많고 색깔도 짙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구분이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즈음 들어 토종 대게는 지역의 자망선주협회에서 다리에 진품 인증마크를 부착하고 있어 구별하기 수월해졌다. 대게는 찜, 회, 구이, 샤브샤브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지만 그중 제일은 역시 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그냥 쪄서 먹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게는 살 자체가 어떤 조미료도 능가하는 뛰어난 맛을 지녔기 때문에 복잡한 요리과정이 본래의 순수한 맛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찐 게의 뚜껑에 들어 있는 게장의 독특한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데 이 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아주 일품이다. 대게를 찔 때는 맹물에 담가서 기절시킨 뒤 배가 위로 향하도록 하여 게장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게는 유통과정에서 이동거리가 멀거나 수족관에 오래 두어도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줄어들므로 가능하면 산지에서 먹는 것이 좋다. 좋은 영덕대게를 구할 수 있는 곳은 강구항에 가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직접 잡은 대게를 판매하는 삼사해상공원 내의 쌍용대게(054-733-2639)를 추천한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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