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
[매거진 esc]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 대구
예로부터 ‘눈 본 대구’라고 했듯이 대구는 지금이 제철이다.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는 이름을 얻었고 머리가 커서 ‘대두어’(大頭魚)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대구는 겨울 생선의 귀족이다. 10여년 전 귀하던 시절엔 대구 중에서도 제일로 치는 ‘가덕대구’ 한 마리에 40만~50만원을 호가하던 때도 있었다. 그 시절엔 대구를 ‘금대구’라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관계당국이 수정란과 치어 방류 사업을 꾸준히 계속하면서 요즘은 어획량도 늘고 가격도 많이 내렸다. 거제시는 대구를 시어(市魚)로 선정하고 대구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까지 열 정도로 대구자원의 효율적 관리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가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하긴 서양에서도 대구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수산자원이었으며 부의 축적수단이었다. 음식의 역사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작가 마크 쿨란스키는 그의 책 <대구, 세계를 바꾼 어느 물고기의 역사>에서 대구가 오늘날의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했고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이었으며 근대해양법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대구 어업권 때문에 세 번이나 전쟁을 치를 정도였다고 하니 서양 사람들에게도 대구는 귀중한 자원이었던 모양이다. 대구는 맛도 좋지만 머리에서부터 꼬리에 이르기까지 버릴 게 없다는 점이 특별하다. 마산 출신의 시조시인 노산 이은상은 대구는 “생으로도 먹고, 말려서도 먹고, 국을 끓이고, 전도 부치고, 지져도 먹고 구워도 먹고, 포도 뜨고, 김치에까지 넣어 먹을 뿐 아니라 알은 생으로도 먹고 쪄서도 먹고, 고니(곤이)는 물론 심지어는 창자와 아감지(아가미), 등뼈다귀까지 발라먹는 전신봉사의 생선”이라고 했다. 대구 한 가지로 다른 반찬 백 가지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의 요리서 <음식디미방>에는 대구껍질을 삶아 가늘게 썰어서 무친 대구껍질 채나 대구껍질로 파를 마는 대구껍질강회까지 등장할 정도이며 알과 아가미, 창자로는 젓갈을 만들어 먹는데 그 맛이 어떤 생선젓갈보다도 윗길이라 할 만하다. 부산지역에서는 대구 머리로 만든 뽈국과 뽈찜도 유명하며 대구떡국을 해먹기도 한다. 대구요리 중 진수는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한 생대구탕이라 할 수 있지만 <산림경제>에도 “동월(冬月)에 반건(半乾)한 것이 아주 좋다”고 하였듯이 꾸들꾸들 말린 대구로 간간하게 끓인 국도 그 맛이 자별하다. 대구가 싱싱하면 소금으로만 간을 해도 국물이 맛있기 때문에 대구탕은 집에서 해먹기도 용이하다. 대구를 고를 때는 씨알이 큰 수놈이 좋은데 다른 생선들과 달리 대구는 수놈이 살도 맛있을 뿐 아니라 정소인 고니가 별미 중의 별미이기 때문이다. 대구탕을 잘하는 집으로는 진해 용원의 김해횟집(055-552-2123)과 부산 중앙동의 중앙식당(051-246-1129), 서울에서는 논현동의 장성생태탕(02-3446-0037)과 북창동의 미조리(02-778-1131)를 추천한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 학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