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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03 20:46 수정 : 2010.06.01 15:09

굴. 예종석 제공

[매거진 esc]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처럼 오랫동안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해산물도 드물 것이다.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지 않는 서양 사람들도 굴만큼은 생으로 즐겨왔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굴은 스태미나 음식으로 알려져 황제나 영웅호걸들이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시저나 나폴레옹은 물론 문호 발자크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에 이르기까지 앉은자리에서 생굴을 수백개씩 먹어치웠다는 굴 애호가들의 전설은 수없이 많다.

카사노바는 아침마다 생굴을 50개씩 먹고 연인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이다. 굴은 여성에게도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굴에는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성분과 비타민 에이(A)가 풍부하게 함유돼 살결을 희고 곱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도 굴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하긴 우리나라에도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고 <동의보감>에도 ‘굴은 향미(香味)가 있고 보익(補益)하며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려도경>에도 서민들이 많이 먹는 수산물로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굴은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먹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생굴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양에는 ‘아르(R)자가 들어가지 않은 달(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속담이 전해지며 우리 옛말에도 ‘보리가 패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다. 이 시기가 굴의 산란기여서 살이 빠지고 맛도 떨어지는데다 더운 계절이어서 부패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굴은 남해안과 서해안 곳곳에서 많이 난다. 특히 남해안 통영 일대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청정해역으로 굴 양식의 메카이다. 굴 양식은 어류 양식과 달리 자연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 굳이 양식산이 자연산보다 못하다고 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양식산이 오염된 바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자연산에 비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서해안에서 나는 굴은 허균이 <도문대작>에서 설명한 것처럼 작지만 맛이 좋아서 어리굴젓의 원료로 흔히 쓰인다. 얼간에서 유래한 어리굴젓은 서산 간월도의 것이 유명한데 그곳의 굴은 살이 단단한데다 날감지(물날개)가 많아 양념이 잘 묻어 맛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굴은 회나 전으로 먹어도 좋지만 구워 먹어도 맛있고 굴밥, 굴찜, 굴죽, 굴전골 등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으며, 국을 끓여도 시원하고 떡국이나 라면을 끓일 때 넣으면 맛의 격을 높여준다. 굴요리 전문 식당으로는 통영의 ‘향토집’(055-645-4808)이 유명하며 서울에서는 논현동 ‘한성식당’(544-0540)의 생굴과 굴전, 마포 ‘역전회관’(703-0019)의 굴무침, 청담동 ‘미스박’(3443-2221)의 굴보쌈이 맛있고, 좋은 어리굴젓은 간월도 어촌계(041-662-4622)에서 구할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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