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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17 21:15 수정 : 2010.06.01 15:09

방풍죽. 예종석 제공

[매거진 esc]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도문대작>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방풍죽의 맛이었다.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교산 허균 같은 인물이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3일 동안은 가시지 않는다”며 “세속에서는 참으로 상품의 진미”라 극찬하였는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방풍죽에 관해서는 <도문대작>뿐 아니라 <증보산림경제>에도 이른 봄에 나는 방풍의 새싹으로 죽을 쑤면 그 맛이 매우 향미롭다고 나와 있고 그 외에도 다수의 옛 요리서에 그 흔적이 발견된다. 육당 최남선이 지은 <조선 상식>에는 강릉의 방풍죽이 평양의 냉면, 진주의 비빔밥, 대구의 육개장 등과 함께 지방의 유명한 음식으로 소개되어 있을 정도이다.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먹을거리지만 과거에는 흔히 해먹는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동의보감>은 방풍을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면서 매우며 36가지 풍증을 치료할 뿐 아니라 오장을 좋게 하는 등 여러 증상에 효험이 있는 약용식물로 기술하고 있다. 방풍이라는 이름도 각종 풍에 좋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다. 방풍은 산과 들에도 나지만 바닷가 모래언덕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갯방풍을 윗길로 친다. 교산의 외가가 있던 강릉 경포대 해안에는 방풍이 많이 났던 모양이다. 요즘은 전남 여수의 금오도와 충남 태안 등지에서 방풍을 새로운 소득 작물로 재배도 한다. 방풍죽을 맛보고자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봤지만 식당에서 파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어렵사리 방풍을 구해 집에서 죽을 쑤어 보았다. <도문대작>이나 <증보산림경제>에도 방풍죽 끓이는 법이 나와 있지만 그리 상세하지 않고 최근에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한국 전통 향토 음식 대관>에 요리법이 다음과 같이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 있다.

재료: 방풍 200g, 쌀 270g(1 1/2컵), 물 2.4ℓ(12컵), 소금 적량

조리 방법: 방풍은 껍질을 제거한 후 국물을 우려낸 뒤 물은 그대로 두고 방풍만 건져내어 채 썬다(5×0. 2×0. 2㎝). ① 의 물에 쌀을 넣고 끓인다. 쌀이 퍼지면 덧물을 붓고 잘 저어 주며 한소끔 끓인다. ②에 고명으로 쓸 방풍을 남겨 두고 나머지를 넣어 끓인다.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죽을 쑤어 교산이 일러준 대로 차가운 사기그릇에 담아 한 숟갈 먹어보니 맛이 담담하면서도 입안에 은은한 향내가 감도는 것이 참으로 아취가 느껴진다. 서울에서 구한 방풍이라 교산이 먹었던 경포대 해안의 것만은 못하겠지만 ‘상품의 진미’를 어림해볼 수는 있을 듯하다.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옛말에도 차라리 사람이 죽을 기다릴지라도 죽이 사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했듯이 방풍죽 또한 쑤어서 바로 먹는 것이 제맛이라는 점이다. 방풍으로는 죽 외에 나물로 무치거나 쌈으로 먹어도 맛있고 전이나 탕평채, 굴무침에 넣어도 맛을 더해준다. 방풍은 경동시장이나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구할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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