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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9 17:51 수정 : 2010.06.01 14:54

오월에 잡은 밴댕이, 농어하고도 안 바꾼다

[매거진 esc]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흔히들 속이 좁고 성격이 꽁한 사람을 가리켜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고 하지만 당사자인 밴댕이가 그런 평판을 직접 듣는다면 심히 서운해할 것 같기도 하다. 밴댕이가 성격이 좀 급하기는 해서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순간 제 분을 참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성정을 기개로 봐주지는 못할망정 편협함의 상징처럼 여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밴댕이의 내장이 몸집에 비해 유난히 적은 것은 사실이므로 해부학적 의미에서 속이 좁다는 표현은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밴댕이의 한자이름은 소어(蘇魚)이다. <난호어목지>는 <본초강목>에 나오는 늑어(勒魚)를 우리나라의 소어라고 밝히며 한글로는 ‘반당이’로 적고 있는데 그것이 변해서 밴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 같다. 조선시대에는 궁에서 쓸 밴댕이를 전담해서 잡는 소어소를 경기도 안산에 둘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 신분이었다. 차천로의 <오산설림초고>에는 황진이,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로 꼽혔던 화담 서경덕이 항상 담식(淡食)을 하면서도 말린 밴댕이만큼은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보이며 <난중일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어머니에게 밴댕이젓을 전복, 어란과 함께 보냈다는 대목이 나오고,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곳곳에 밴댕이를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았다는 기술이 엿보일 정도로 옛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생선이었다.

‘오월 사리에 잡은 밴댕이는 농어하고도 안 바꾼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음력 오뉴월에 잡히는 밴댕이는 씨알이 굵고 기름기가 많아서 회로 먹어도 좋고 구이나 매운탕을 해 먹어도 맛이 뛰어나다. 그 외에도 밴댕이젓은 양념을 해놓으면 그 자체로도 입맛을 돋우는 훌륭한 밑반찬이 되고 김장을 담글 때 절인 밴댕이를 통째 넣으면 김치 맛이 달라진다. 통영이나 거제 등지에서는 밴댕이 말린 것을 ‘띠포리’라고 하는데 이것이 국물을 낼 때 흔히 쓰는 멸치보다 진한 맛을 내기 때문에 찌개 같은 것을 끓일 때 넣으면 좋다.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이처럼 다용도로 쓸 수 있는 밴댕이를 요즘 들어 부쩍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특히 예전부터 밴댕이 산지로 유명한 강화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양이 크게 줄어들었다. 인천국제공항과 영종대교 건설로 수로가 변하고 바다의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소갈머리가 좁은 것은 성질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밴댕이가 아니라 자신들이 의존하며 살고 있고 나아가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을 서서히 훼손하고 있는 인간들인지도 모르겠다.

싱싱한 밴댕이는 역시 산지에 가야 먹을 수 있다. 밴댕이 횟집이 몰려 있는 강화도 화도면의 선수포구에서도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락회집’에는 유난히 손님이 많다. 밴댕이회와 무침, 구이, 매운탕을 골고루 잘하며 1인당 2만원이면 그 전부를 코스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의 (032)937-5098.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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