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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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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그는 팔랑팔랑 계단을 내려와 청국장 집으로 들어왔다. 까만색 슈트를 입은 모습은 눈이 부시다. 겉옷을 벗자 민소매에 하얀 팔이 드러났다. 역시 눈이 부시다. 30대 초반의 A는 욕심 많은 커리어우먼이다. 누가 봐도 프로의 냄새가 난다. 그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 새로 부임한 직장상사와 맞지 않아 충동적으로 사표를 던졌다. 인생에서 넘어야 할 첫번째 언덕을 만난 그를 청국장 집으로 초대했다. 몸에 좋은 청국장으로 그를 위로할 생각이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는 몸이 튼튼해야 한다. 그에게 청국장을 권했다. 그는 몇 숟가락 뜨지 않고 한숨을 쉰다. “면접 보는 일은 쉽지 않아요.” 우아한 복장은 면접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최근 두 곳에서 오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복도 많지!)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한 곳은 신생 회사다. 들어가면 월급은 적고 할 일은 태산 같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다른 한 곳은 대기업이다. 이전의 회사에서 했던 일이 이어진다. 일은 익숙하지만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그 일로 입었던 상처가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요?” 나에게 묻는다. 나의 충고는 “두 곳 중에 어떤 곳이 더 심장을 뛰게 해?” 후배는 말이 없다. “그럼 이 청국장을 맛보고 닮은 회사를 골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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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위로하는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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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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