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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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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희한하다. 내가 만났던 요리사들은 대부분 키가 180㎝가 넘었다. 키 큰 남자를 가까이에서 보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우리 시대에 말이다. (어쩌면 나만의 슬픈 현실일지 모른다) 엄청난 노동 강도를 요구하는 주방환경 때문일까! 180㎝가 넘는 남자는 여자의 로망이다. 생머리 휘날리는 청순가련형 여자가 남자의 동경이듯이! 한번쯤은 그런 남자의 바바리코트에 머리 처박고 ‘가나초콜릿’을 찍고 싶은 게 여자의 심정이다. 한달에 한번꼴로 ‘한낮의 데이트’를 즐기는 요리사 S도 예외는 아니다. 180㎝가 넘는 키에 청순가련형 외모다. ‘한낮의 데이트’라고 해서 묘한 상상은 금물! 못다 이룬 로망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나라의 맛을 익힌 그의 혀를 빌려 ‘핫한 레스토랑’을 탐험하는 데이트다. 데이트 시간은 S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런치타임이 끝나는 2시부터 디너를 준비해야 하는 5시까지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혀를 칭칭 감아올리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형형색색의 황홀한 음식들을 맛본다. 탐험이 끝나면 단정하게 앉아 맛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그도 나도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날도 우리는 몇달 전 새둥지를 튼 유명한 요리사 C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C도 180㎝가 넘는 미남 요리사이다. ‘해산물 스파게티’와 ‘드라이 에이징 안심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낯설다. 요즘 유명 레스토랑의 ‘뜨거운 아이템’이다. ‘드라이 에이징’ 방법을 도입한 스테이크집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드라이 에이징’은 고기의 숙성방법 중의 하나다. 진공포장해서 수분을 유지하면서 숙성시키는 ‘웨트 에이징’ (Wet Aging)과 다르다. 고기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 최소 2주에서 최대 4주까지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는 식감과 맛이 독특해서 미국에서는 마니아가 형성될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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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과 스테이크를 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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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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