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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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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아주 오래전에 스파게티와 파스타를 구별하지 못한 적이 있다. 이것은 마치 송편과 떡의 관계를 이해 못하는 것과 같다. 스파게티는 수천 가지가 넘는 이탈리아 면 요리, 파스타의 한 종류다. 파스타는 정말 종류가 많다. 납작한 면, 바퀴모양, 나사모양, 만두처럼 생긴 것 등. 심지어 남성의 거시기 모양을 한 면도 있다고 한다. 너비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고 생면이냐 건면이냐에 따라 맛이 또 다르다. 면 종류도 이렇게 많은데 소스와 결합하면 그 종류는 더 늘어난다. 소스는 지방마다 다르고, 만드는 이마다 다른 맛을 낸다.
한 종류의 다른 색깔 음식을 먹다 보면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파스타가 그렇다. 우리네 소면처럼 얇은 카펠리니로 만든 찬 파스타는 B형 남자가 떠오른다. 어딘가 만만치 않은 맛인데 손이 자꾸 간다. 스파게티는 늘 주변에 얼쩡거리는 오래된 남자친구들(주민번호가 ‘1’자로 시작하지만 연애감정이라고는 싹틀 수 없는)이 떠오르고, 만년필 펜촉처럼 생긴 펜네는 창의력이 통통 튀는 예술가가 생각난다. 만두 모양의 라비올리는 힘겨운 일이 생겼을 때 마구 기댈 수 있는 선배들을 닮았고, 뇨키는 거절을 명징하게 했는데도 눈치 없이 질척거리는 애들을 닮았다. 이렇게 파스타마다 연상되는 남정네들을 다 갖다 붙이면 밤을 새우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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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치는 날의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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