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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컷의 국내산 한우로 만든 '뉴옥 스트립, 코리언'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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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ㅈ의 황당한 투쟁기에 곁들인 ‘스테이크의 편견’
‘’“남자친구는 있어요?” 2007년 후배 ㅈ이 한 디자인회사에 입사해서 들은 첫 질문이다. ㅈ은 “있다”고 답해버렸다. 괴짜 중에 괴짜인 ㅈ, 4~5차원 정도 되는 기발한 뇌 구조를 가진 ㅈ, 이마에 ‘진실’이란 글자가 꽉 박혀 있는 ㅈ. 그가 툭 던져버리듯이 답한 “있다”에는 엄청난 비밀과 철학이 숨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제가 당연히 남자친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구요.” ㅈ은 남자란 남자는 모두 홀릴 것 같은 여우 타입도 아니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만큼 귀엽지도 않고, 보이시한 분위기로 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않았다.
그는 안 예쁜 여자는 남자친구가 당연히 없을 거라 여기는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없다”라는 진실 대신에 “있다”라는 거짓을 무기로 선택한 것. 그는 배우 박신양과 몇 명의 주변 남자들을 추려 ‘짬뽕 캐릭터’를 만들었다. 기념일이 되면 꽃을 보내주고 “애기야” 소리도 앙증맞게 해주는 멋진 애인이 탄생했다. 한동안 그는 신났다. 자신 앞으로 꽃 배달을 하고 “왜 반지가 없냐”는 직장 동료들의 성화에 반지도 맞췄다.
편견과의 싸움은 예상을 뛰어넘어 험난했다. 남자친구를 고향에 있는 것으로 설정한 탓에 고향을 다녀오면 “만나서 뭐했어?”란 질문이 쏟아졌고 “그냥 얘기하죠”라고 답하면 내숭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연인들의 애정행각이라고는 도통 손톱의 때만큼도 모르는 그는 점점 고통에 시달렸다. 급기야 모태솔로인 여자 후배가 연애상담을 해오기까지 했다. 1년 뒤 그는 투쟁을 접었다.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선에서 타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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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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