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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차화섭과 함께 맛본 목멱산방의 육회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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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만화가 차화섭과 함께 맛본 목멱산방의 육회비빔밥
가까운 지인 ‘영희’ 언니는 평생 ‘철수’ 때문에 고생을 했다. 나이도 마흔을 훌쩍 넘기고, 애도 셋이나 뒀는데 아직까지 그는 “철수는 어디 있냐”는 소리를 듣고 있다. 영희 언니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철수 이야기다. 며칠 동안 철수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신문에 도배질한 그의 이름을 볼 때마다 작은 기억이 떠올랐다. 8년 전쯤 안철수 교수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기업의 시이오(CEO)였고 나는 사진기자였다. 처음 만난 그는 ‘초절정 범생’이었고 이마에는 ‘진지’라는 단어가 콕 박혀 있었다. 사진은 시종일관 재미없고 지루했다. 그의 내면에 숨겨진 다른 풍경을 담고 싶었다. 특단의 조처가 필요했다. “오빠~~, 한번 웃어봐, 제발~!” 순간 안 교수는 목젖을 내보이며 박장대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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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오빠~~, 한번 웃어봐, 제발~!” 에 빵~터진 안철수.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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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대소 안철수 사진 더 보기] 자신에게 ‘오빠’라고 부른 기자는 처음이라면서. 사진엔 소년처럼 싱그럽게 웃는 안 교수가 담겼다. 그 사람의 품성은 순박한 그 웃음에 모두 담겨 있었다. 책상에 엎드리라는 둥 쪼그리고 앉으라는 둥 갖가지 어려운 포즈를 요구했지만 그는 성실하게 응해주었다. 과욕에 정신줄 놓은 기자가 안쓰러웠으리라. 음식 세계에 빠져들수록 만나는 이를 먹는 음식에 빗대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강요리 나물과 닮았다. 아무리 강한 향의 기름과 질 좋은 천일염, 간장으로 간을 해도 본성이 튀어나온다. 나물 특유의 질감과 식감, 혀를 감동시키는 맛은 담백하다. 가만히 있어도 겸양지덕이 뿜어 나오는 대인과 같다.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옛날, 식탁을 지켜준 음식이 나물이다. 선조들은 봄에 채취한 나물을 겨울까지 말려두었다 삶아 무쳐 먹었다. 나물은 보풀보풀 덩치가 커져 마치 쇠고기 같은 맛을 낸다. 나물이 밥과 합쳐지면 훌륭한 건강요리 강자가 된다. 바로 비빔밥이다. 만들기 쉬워 누구나 시작은 쉽지만 깊은 맛을 내기는 어려운 음식이다. 대표선수는 전주비빔밥이다. 요즘은 돌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유기그릇을 썼다. 밥 지을 때 양지머리 육수를 넣었다고 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지양하는 이라면 해주비빔밥, 통영비빔밥, 안동헛제삿밥, 평양비빔밥 등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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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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