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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세척기, 주방가전의 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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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혜경의 부엌살림 귀찮은 설거지 끝 …눌어붙은 음식찌꺼기엔 약점
며칠 전 친정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그만 식기세척기가 딱 서버렸다고 하셨다. 아, 친정집 식기세척기, 이젠 일을 그만 하고 싶을 때도 됐다. 친정집 세척기는 친정조카와 동갑인 만 16살! 친정보다 한 해 먼저 산 우리 집은 중간에 한 번 갈아줘 벌써 두 대째인데. 내 경우 집에 꼭 있어야 하는 주방가전을 꼽을 때 식기세척기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나 식기세척기만큼 호불호가 엇갈리는 제품도 없는 것 같다. 어떤 이는 부엌에 ‘빌트인’이 되어 있음에도 제 용도로 쓰지 않고 수납장으로 사용한다며, “기계가 하면 깨끗하지도 않고, 또 뭐 그렇게 오래 기다려? 잠깐 손으로 쓱쓱 하고 말지”라고 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을 때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식기세척기는 그냥 부엌의 장식품처럼 모셔두거나 수납장 정도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제품이다. 우선 장점을 꼽아본다면 옷의 앞자락을 수돗물로 적셔가며, 아픈 허리 두드려가며 개수대에 오래 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설거짓감을 가볍게 물에 헹구거나 휴지로 닦은 뒤 식기세척기 안 바구니에 가지런하게 정렬하고 스위치만 누르면 끝! 주부 습진 걸릴 일도 없다. 세척과 건조가 끝난 식기들을 꺼낼 때 그 쾌감이 또 어떤가? 뜨거운 물로 세척한 후 열풍건조까지 하여 따끈따끈한 그릇과 수저들을 꺼내 제자리에 정리해줄 때 살림의 재미도 꽤 쏠쏠하다. 특히 대기 중 습도가 높은 장마철, 손으로 설거지하여 건조대에 엎어놓아도 영 마르지 않아 혹시 세균 번식이라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영 찜찜한 그릇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세척력도 그렇다. 손설거지를 하다 보면 기름기가 덜 빠지기도 하고, 접시 뒷부분의 묵은 때는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지만 세척기를 사용하면 깔끔하게 닦인다. 세제 사용량이 손설거지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내가 식기세척기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 세척기에는 요구르트를 떠먹는 아주 작은 수저로 한 수저 정도 넣을 만큼 소량이 들어가는데, 손설거지를 해보면 세제를 훨씬 더 쓰게 된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음식물 찌꺼기가 단단하게 눌어붙은 오목한 그릇은 그냥 닦이지 않는다. 밥 먹고 나서 바로 물에 불리지 않아 밥알이 딱딱하게 눌어붙은 밥그릇을 그냥 세척기에 넣었다가는 퉁퉁 분 밥알이 그대로 붙어 있는 공기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밥알이 눌어붙은 밥그릇은 수돗물로 가볍게 씻은 후 넣어줘야 한다.전기요금도 무시할 수 없다. 설명서의 소비전력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전기요금 누진제를 반영했을 경우 생각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식기세척기 중에는 냉수가 입수되는 것과 온수가 입수되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냉수가 들어가는 제품이 작동시간도 길고 전력소모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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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의 부엌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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