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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채칼과 마늘슬라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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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혜경의 부엌살림
소시지·오징어 칼집 낼 때도 유용…마늘 썰 땐 마늘슬라이서
요리를 좀 할라치면 왜 그렇게 필요한 도구가 많은지, 하나쯤 있으면 편하겠다 싶어서 하나둘 사다보면 어느새 부엌살림이 금방 불어나 버리고 만다. 이렇게 주방도구들을 이것저것 사서 쓰다보면, 어떤 건 꽤 비싸게 주고 샀는데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건 정말 저렴하지만 자주 쓰게 돼서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있다.
요즘 우리 집에서 자주 쓰는 주방도구 하면 파채칼과 마늘슬라이서를 꼽을 수 있다. 제품의 값이라야 봐야 몇천원 안 하는 것이지만 활용도로 치면 몇만원, 아니 십 몇만원 하는 제품들보다도 훨씬 낫다. 물론 우리 집처럼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는 경우라는 단서조항이 붙어야 하지만.
주방도구 얘기는 아니지만 여기서 잠깐 삼겹살 얘기를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집에서 구우면 사방으로 기름이 튀어서 청소가 더 번거롭고, 아니면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구워 먹어야 하기 때문에 삼겹살은 꼭 식당에서 사먹어야 하는 외식메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자리를 빌려 삼겹살은 집에서 구워 드시라고 권하고 싶다. 몇 년 전 나온 양돈업계 통계를 보면 시중에 유통중인 삼겹살 중 국내산의 비중은 60%에 불과하고, 나머지 40%는 전세계 16개국에서 수입해오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식당에서 파는 고기들, 1인분 정량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실정.
고기를 구울 수 있는 팬은 어느 집에나 있는 것이고, 파채칼과 마늘슬라이서만 갖추면 굳이 밖에서 삼겹살을 사먹을 필요가 없다. 물론 요즘 마트의 삼겹살 코너에는 파채를 같이 팔고 있어서, 더 편해지긴 했지만 간단하게 집에서 파채를 썰면, 더 경제적이고 더 위생적이다.
우리 집에는 이렇게 여러 가지 종류의 파채칼이 있다. 자주 사용하다보니, 어느 것이 더 편리할까 싶어서 이것저것 장만하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몇 년 전 노점상에게 단돈 1천원을 주고 산 제일 싼 것이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고 밝히고 싶다.
파채칼을 고를 때에는 무엇보다 칼날의 상태를 살펴보아야 한다. 칼날이 짱짱한지, 칼날과 칼날의 간격이 촘촘한지, 편하게 잡을 수 있는지, 또 녹이 나는 재질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파채를 썰 때는 도마에 파를 놓고 왼손으로는 파를 잡고, 오른손으로 파채칼을 잡아 채를 써는데, 이때 칼날이 파와 90˚를 이루면 파채가 길게 썰어지고, 파와 칼날의 각도가 60˚ 정도 되면 짤막짤막하게 끊어진다.
파채칼이라고 해서 파채만 썬다고 생각하면 절반만 이용하는 셈이다. 파채칼을 가지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랑크소시지의 칼집을 내주거나, 베테랑 주부도 까다롭게 생각하는 오징어 몸통에 칼집 낼 때 써보자. 요리가 쉽고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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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의 부엌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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