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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6 10:35 수정 : 2010.09.16 10:35

싸지만 관리 어려운 전통 무쇠솥 vs 관리 쉽지만 비싼 유럽산 법랑 무쇠솥

[매거진 esc] 김혜경의 부엌살림

싸지만 관리 어려운 전통 무쇠솥 vs 관리 쉽지만 비싼 유럽산 법랑 무쇠솥

주말 오전, 텔레비전을 틀면 ‘시골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시골 할머니들로부터 토속음식들을 배워보는 시간으로 정말 다양한 우리네 향토음식들이 소개되어 식욕을 자극한다. 반찬도 반찬이지만 재래식 부엌 부뚜막에 걸려 있는 큼직한 가마솥에서 지어내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이라니!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가 수십년 동안 쓰면서 길들여 반질반질 윤이 나는 가마솥으로 지어내는 가마솥밥, 밥심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솔(soul)푸드가 아닐 수 없다.

무쇠제품은 열전도율이 좋고, 또 한번 달궈지면 그 열기가 오래 남아 있어 푹 무르게 조리하는 음식이 많은 한식에 썩 잘 어울리는 조리도구. 무쇠제품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시골 할머니댁에서 보아왔던 가마솥과 같은 전통적 무쇠제품과 유럽에서 수입되어 들어오는 무쇠 위에 법랑질을 덧입힌 제품이 그것이다.

우리네 전통적 무쇠제품은 핵가족 부엌에서도 쓸 수 있도록 가마솥도 소형화하고 있고 솥뿐 아니라, 냄비, 전골팬, 웍, 팬, 구이판 등 용도에 맞게 아주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고 있다. 크기도 2~3인용의 소형에서부터 10인분 이상을 위한 중형까지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 값도 2만원대에서부터 7만~8만원대까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이 전통 무쇠제품을 새로 사면 스테인리스 냄비처럼 한번 씻은 후 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깨끗하게 닦아 불에 올려 물기를 말린 후 헝겊이나 솜 등에 식용유를 묻혀 얇게 골고루 발라 중불에 올려서 그 기름을 태우는 번거로운 과정을 5~7번 정도나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야 비로소 처음의 갈색에서 점차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윤이 반들반들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예 길들여 놓은 제품을 파는 곳도 많아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 하나의 약점은 녹이 벌겋게 잘 슨다는 점. 설거지를 마친 뒤 솥에 수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금세 녹이 슬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쓰고 나면 꼭 마른행주나 아니면 불에 올려 수분을 완전히 없애줘야 한다. 또 자주 쓰지 않는 거라면 설거지 뒤 물기를 말려준 다음 식용유를 살짝 발라두는 것이 좋다. 물론 녹이 슬었다고 해서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철솔로 박박 문지르면 녹은 금방 벗겨진다.

김혜경의 부엌살림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무쇠제품 마니아들이 눈을 돌린 것이 유럽산 무쇠제품들. 이들 제품은 녹이 잘 나는 무쇠제품 위에 법랑질을 덧입혀서 무쇠제품의 장점을 지니면서도 사용이 편리하도록 만들어졌다. 조리 뒤 음식물이 눌어붙어 있어도 물을 부어 잠시 놔두면 금방 떨어지는 등 관리가 쉽다. 특히 거죽에는 빨강·파랑·노랑 등 화사한 색상을 입혀서 부엌의 분위기를 밝게 한다는 점에서 젊은 주부들이 많이 좋아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품의 무게와 제품값.

우리 전통 무쇠제품도 무겁기는 하지만 이보다 유럽산 제품들이 조금 더 무겁고, 제품가격은 소형 냄비 하나가 20만원을 호가할 만큼 고가이기 때문에 만만하게 구입해서 휘뚜루마뚜루 쓸 수 있는 제품은 못 된다. 또 전통적 무쇠제품은 바닥을 불꽃이 감쌀 정도로 센불에서 조리를 해도 이상이 없지만, 법랑을 입힌 유럽산 제품들은 불꽃이 너무 셀 경우 바닥의 법랑질이 깨지기 쉬우니까 주의해야 한다.


하나는 가격은 싸지만 관리가 번거롭고, 다른 하나는 관리는 쉬우나 값이 너무 비싸지만 꼭 한번 써보고 싶다면 어느 쪽이든 지름 18㎝ 정도 되는 걸 하나만 사서 써보길 권한다. 지름 18㎝ 정도라면 4인가족의 한끼 밥이나 한끼 국을 끓일 수 있는 정도. 무쇠제품을 사긴 했으나 밥 짓기가 어렵다면 이렇게 한번 해볼 것. 씻어서 불린 쌀을 중불에 올린 뒤 밥물이 끓어 넘치려 할 때 뚜껑을 열고 수저로 쌀을 잘 휘저어준 다음 뚜껑을 연 상태로 밥물이 잦아들 때까지 둔다. 그다음 뚜껑을 덮고 불을 약하게 줄여서 뜸을 10분 정도 들여 주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가마솥밥이 된다.

글·사진 김혜경 82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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