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21 13:45
수정 : 2010.10.21 13:45
[매거진 esc] 김혜경의 부엌살림
자녀·반려견 간식 만들기 유용한 식품건조기
수요가 공급을 만든다고, 주거환경의 변화로 없던 물건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가정용 식품건조기도 그중 하나. 바람이 잘 통하고 햇살도 고르게 퍼지는 단독주택에서 살던 때에는 굳이 식품건조기 따위는 필요 없었다. 무며 호박, 가지 같은 제철채소들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채반에 담아 집 안에서 가장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놓아두기만 하면 바람과 햇볕이 잘 갈무리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생활이 일반화된 요즘, 뭘 말릴 수 있을 만큼 시원스런 바람이나 햇볕을 만날 수 있는 집은 그리 흔치 않게 됐다.
식품건조기가 등장한 것은 불과 10년 안팎.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주부 중에서도 극히 일부 얼리어답터들이나 관심을 갖는 제품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관심을 갖는 가정이 꽤 많이 늘어 어린 자녀를 키우는 집에서는 식품첨가제나 불포화지방산 등이 들어 있어 불안하기만 한 시판 간식 대신 손수 과일을 말려 자녀들에게 주기 위해, 애완견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애완견의 간식을 만들기 위해 식품건조기를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린 자녀도, 애완견도 없는 우리 집도 일년에 몇번 꽤 요긴하게 쓴다. 봄철 생고사리가 한창일 때 연한 생고사리를 사서 식품건조기에 말려두면 일년 내내 맛있는 고사리나물을 먹을 수 있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산 호박이며 무, 가지, 고추 등을 말려 알뜰하게 먹기도 한다. 가끔은 수삼을 쪄서 건조기에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가며 홍삼을 만들기도 하니까 꽤 잘 부려먹는 제품이다.
요즘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식품건조기는 10여개 회사의 10여종이나 되며 값도 3만원대에서부터 10만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그중에는 그냥 온·오프만 되는 단순한 것도 있고, 온도나 시간 조절이 되는 고급형 모델도 있는데 보급형이나 고급형이나 구조와 원리는 비슷하다.
더운 바람을 만들어서 고루 퍼질 수 있도록 팬이 장착되어 있는 본체, 말릴 재료를 얹는 채반, 그리고 뚜껑으로 되어 있다. 채반은 제품에 따라 높이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어느 제품이든 간에 구멍이 숭숭 뚫려 바람이 잘 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채반을 여러겹 쌓아 쓰도록 되어 있다. 구조가 단순하고 사용법도 간단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자연건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건조 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매일 쓰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내 돈 주고 구입하기 아까운 생각이 드는 물건이기도 하고 제품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비좁은 주방에서는 수납도 문제가 된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소음.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꽤 큰데다 돌다 쉬다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돌기 때문에 소리에 예민하거나 좁은 집에서 쓸 때 소음이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또 재료를 늘어놓기만 한다고 고루 마르는 것은 아니고, 위아래 채반의 위치를 가끔씩 바꿔줘야 더 잘 마른다. 재료를 채반에 올릴 때 너무 다닥다닥 붙여놓지 않는 것도 잘 말리는 요령이다. 또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수분이 많은 재료는 본체를 고장낼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생선처럼 몸이 크고 두꺼운 것을 말리기에 적당하지 않고 허브잎같이 너무 자잘한 것은 마르는 과정에서 채반의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단점도 있다.
식품건조기는 모든 가정에서 하나씩 갖출 만한 제품은 아니다. 자주 쓰는 물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산물이 한꺼번에 많이 자주 생기는 집이라면 구입을 고려해봐도 좋다. 또 자주 캠핑을 가기 때문에 육포나 마른 채소들을 준비해야 하는 가정에도 추천할 만하다.
가뜩이나 비좁은 주방에 식품건조기까지 들여놓을 형편이 안 된다면, 작은 전기방석을 이용해보자. 식품건조기만큼 처리용량이 크지는 않지만 아쉬운 대로 조금씩 말릴 만하다.
글<30FB>사진 82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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