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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04 14:13 수정 : 2010.11.04 14:13

유기, 그릇 컬렉션의 종착

[매거진 esc] 김혜경의 부엌살림

관리 어렵다는 인식은 ‘편견’…초록수세미만 있으면 OK

유기그릇 모으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그릇 컬렉션의 종착역은 유기라고, 유기를 모으고 나면 더 모을 그릇이 없다고.

유기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그릇은 아니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그릇이다. 우리네 음식인 나물이나 부침 같은 소박한 반찬들을 담았을 때 유기만큼 음식을 잘 살려주는 그릇도 드물다. 식당에서도 비빔밥이나 만둣국을 유기그릇에 담아주면 음식맛은 차치하고라도 대접을 잘 받은 듯한 인상마저 갖게 되는 것이다.

한정식집이나 식당, 혹은 일부 유기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던 유기가 요즘은 점점 더 그 애호층을 넓혀가고 있다. 음식의 분위기를 잘 살려줄 뿐 아니라 뜨거운 음식은 뜨거움을, 차가운 음식은 차가움을 잘 유지해준다는 장점 외에도, 대장균, 비브리오균, O-157균 등 해로운 균을 살균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학실험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입안이나 혀가 자주 허는 사람이 놋수저를 쓰면 그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경험담도 있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나, 널리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관리가 어렵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 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명절을 앞두고, 녹이 퍼렇게 슨 놋그릇을 꺼내서 기왓장 가루를 짚에 묻혀서 어깨가 빠지도록 닦는 광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일단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고 말지만, 사실 써보면 그리 관리가 어려울 것도 없다. 처음 놋그릇을 구입했을 때 몇 번만 잘 관리해주면 두고두고 편하게 쓸 수 있다.

관리법은 일단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결이 거친 초록색 수세미를 준비한다. 초록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놋그릇을 닦은 뒤 맑은 물로 헹궈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준다. 이때 마른행주에 녹 같은 초록색이 묻어나는데 이것은 유기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조각으로 별 이상은 없는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한번 잘 닦은 뒤에는 초록수세미 대신 평소 쓰는 부드러운 수세미로 다른 그릇들과 똑같이 설거지를 하면 된다. 식기세척기에 넣어 설거지를 해도 상관없다. 다만 그릇 표면에 물기가 있는 상태 그대로 말리면 물이 흐른 물방울 자국이 남게 된다. 이 물방울 자국이 생기는 것이 싫다면 설거지를 하고 바로 마른행주질을 해주면 된다. 이렇게 몇 번 쓰면 그릇에 길이 들어 황금색이 돌면서 물방울 자국이 생기지 않게 된다.

쓰다가 유기 특유의 광채가 죽었다 싶으면 다시 초록수세미에 세제를 묻혀서 힘주어 닦아준 뒤 마른행주로 물기를 없애주면 광택이 살아난다. 그래도 광택이 부족하다 싶으면 베이킹소다를 초록수세미에 묻혀 닦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 초록수세미는 새것일수록 놋그릇의 광택을 더 잘 살려준다. 어른들로부터 유기를 물려받았는데 변색이 너무 심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원래 색깔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색이 심한 유기들도 말끔하게 때를 벗겨주는 업체를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전에는 왜 그렇게 놋그릇 관리가 어려웠을까? 부엌의 환경이 지금과는 다른 탓도 있고, 특히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던 시절 연탄가스가 놋그릇에 닿아 더 변색이 심했으며, 또 금속의 배합비율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기의 금속 배합 비율은 구리 78 대 주석 22를 꼭 지켜야만 하는데 과거 일부 놋그릇은 이 배합비율이 정확하지 않아 더 변색이 심했다는 것이다.

유기가 널리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둘째 이유는 바로 제품의 가격이다. 제품 가격 얘기를 하자면 길어지니까 다음회로 넘길까 한다.

글·사진 82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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