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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유기, 본전 빼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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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혜경의 부엌살림
유기 식기 초보자, 수저·밥그릇·국그릇부터 시작하자 유기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유기 그릇 몇점 살까 하고 알아보면 그 엄청난 가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10만원 한 장으로는 밥그릇, 국그릇 한 벌을 사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기 가격은 왜 이렇게 비쌀까? 구리 78 : 주석 22의 비율을 정확하게 지켜야 제대로 된 유기가 나오게 되는데 요즘 구리·주석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어, 예전부터 가격이 만만치 않던 것이 2~3년 전부터 더욱 계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문화재’라는 타이틀을 내건 공방이나, ‘방짜유기’를 표방한 유기들의 가격은 그러지 않은 유기에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가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방짜유기’에 대한 것이다. 방짜유기란 구리와 주석의 합금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두드려서 모양을 다듬어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우리 선조들의 놋그릇은 다 이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 엄밀한 의미의, 금속을 두드려서 전 제작과정을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하는 방짜유기는 징 등 전통 타악기나 커다란 대야 정도 등 극히 일부. 생활식기 중에 방짜유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몇몇 공방에서는 모든 그릇을 전과정 전통 방짜방식으로 제작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방짜가 드물다 보니까, 구리·주석 합금비율을 정확하게 지켰기 때문에 방짜가 맞다고 하는 공방이 있는가 하면 ‘반방짜’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주물 틀에 부어 형태를 만든 다음 마무리 과정에서 금속을 두드리거나 아니면 마지막 연마과정을 자동화기계로 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하는 주물유기조차도 반방짜라고 하는 것이다. 틀에 금속 녹인 물을 부어 형태를 만든 뒤 수작업으로 마무리하는 주물유기도 원자재 가격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반방짜 혹은 방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공방에 가서 확인해보라고. 작업공정을 공개하지 못하는 공방의 제품은 일단 의심해보라고. 어떤 제품을 구입하느냐는 사는 이의 몫이긴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제작방식도 물론 중요하겠으나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 금속이라는 점이다. 우리 몸에 유익한 웰빙식기 유기에 입문하고 싶으나 뭐부터 사야 좋을지 모를 초보자들을 위해서 조언한다면, 우선 수저와 밥그릇, 국그릇 정도를 구입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도 가족 전체가 아니라 부부 것을 먼저 구입하든가 아니면 아이들 것을 먼저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관리가 어렵지 않고 막 써도 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실제로 사용하는 이가 써보고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두푼짜리도 아닌데 일습을 갖춰두었다가 사용하지 않는다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밥그릇, 국그릇, 수저 등으로 적응이 됐다면 오목한 형태의 찬기를 추가 구입할 것을 권한다. 이때 뚜껑까지 있는 전통 반상기들의 종지 형태보다는 뚜껑이 없는 찬기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뚜껑 있는 종지류는 가격이 훨씬 더 비싸고 크기가 일반 찬기보다 좀 작은 편. 뚜껑 있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 상에 내면 얌전해 보이기는 하지만 손님상이라면 모를까 가족들의 식사에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찬기를 대·중·소 크기별로 2개 정도씩 대여섯개 갖춰놓으면 식구들 밥상은 거뜬히 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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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의 부엌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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