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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래했으니 ‘차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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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혜경의 ‘펀’ 부엌살림
‘메이드 인 차이나’와 ‘차이나’는 다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유럽의 유수한 한 도자기 브랜드 이름을 대면서 그 제품이 중국산이냐는 것이다. 요즘 세계적인 그릇회사들은 오랜 불황을 이겨내지 못해 합병을 추진하거나 제품을 단종시키거나 판매하는 제품의 가짓수를 줄이기도 한다. 제작 단가를 낮추고자 공장을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타이 등으로 옮기는 경우도 흔하다. 그 회사도 그중 하나인가 싶어서 “금시초문인데, 그 회사가 중국으로 넘어갔대요? 공장을 옮겼나요?” 하고 반문했다. 대답은 “그런 게 아니라 그 브랜드 그릇을 하나 샀는데, 접시 뒷면에 차이나(CHINA)라고 적혀 있어”서란다. 그러니 중국산이 아니냐고.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와 ‘차이나’(China)가 헷갈린 것이긴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차이나’는 도자기 그릇의 총칭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든, 중국에서 만들어지든, 유럽에서 만들어지든 모든 도자기 그릇은 ‘차이나’라고 불린다. 마르코 폴로의 공로가 크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의 문물을 유럽에 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그릇은 도기였다. 흙을 반죽해서 그릇 형태로 빚은 뒤 이것을 햇빛에 말려 불에 굽는 도기가 전부였다. 장사꾼의 집안에서 잔뼈가 굵은 마르코 폴로는 중국에서 유약을 발라 구워 단단하면서도 윤이 나는 중국 도자기를 보았을 때 분명 ‘돈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유럽 사람들은 그 그릇들을 ‘차이나’라 부르며 열광했고 열을 올려 흉내냈다. 도자기 회사들이 많이 설립되었다. 경쟁하듯이 중국의 도자기와 비슷한 그릇들을 구워냈다. 오늘날까지도 도자기 그릇이 차이나라고 불리는 이유다. 중국식 도자기를 구우려고 했지만 그 기술을 도저히 따라할 수 없었던 곳도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이다. 영국의 흙은 그릇을 굽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영국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흙에 소뼈를 섞어 그릇을 만들었다. 고급그릇의 대명사 ‘본 차이나’가 바로 흙에 소뼈를 섞어 만든 그릇이다. 강도도 높아지고 유백색의 매력적인 색감을 지닌 그릇이 만들어졌다. ‘본 차이나’는 일반 도자기 그릇에 비해 값이 월등히 비싸다. ‘본 차이나’보다 적은 양의 소뼈가루가 들어간 ‘파인 본 차이나’는 가정에서 쓰기에는 ‘본 차이나’와 큰 차이가 없다. 중국과 유럽의 도자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담 한 토막. 유럽 왕실용 그릇을 납품하는 초고가 브랜드나 대중 브랜드, 심지어 미국에서 만드는 강화유리그릇에도 즐겨 쓰이는 문양이 있다. ‘츠비벨무스터’ 혹은 ‘블루 어니언’이라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이 문양 역시 중국 도자기를 모방했다. 중국 도자기에 그려져 있는 석류를 본 유럽인들은 당시 석류가 뭔지 몰랐다. 그들은 양파 혹은 양파꽃이라 생각하고 ‘푸른 양파꽃’이라 불렀다. 중국 도자기의 석류 문양에 일본 도자기의 과꽃과 대나무 문양까지 가미해 오늘의 패턴을 완성했다. 츠비벨무스터 문양의 인기에는 동양 문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동경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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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의 ‘펀’ 부엌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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