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1.13 14:48
수정 : 2011.01.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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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고른 칼, 소형가전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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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혜경의 부엌살림
가격보다 중요한 건 ‘잘 갈아쓰기’
부엌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도구 서너가지만 꼽으라면 아마도 불, 냄비, 칼이 동시에 꼽히지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칼은 꼭 있어야 재료를 다듬고 썰어서 조리가 가능하니까 말이다. 요즘 어느 가정이나 믹서니 핸드블렌더, 커터, 주서 등등 칼날과 모터가 달려 있는 소형가전제품이 하나쯤 있다. 채칼이니 감자 필러니 하는 주방도구들도 필수품처럼 여겨지지만 이런 가전소품이나 주방도구는 없어도 무방하다. 잘 드는 칼 한 자루와 숙련된 솜씨만 있으면 말이다. 칼을 대체하는 각종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그래도 기본은 칼이다.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칼이면서도 또 제일 불만이 많은 도구 역시 칼이다. 잘 들지 않는다, 무겁다, 그립감이 나쁘다, 녹이 난다 등등 이런저런 불만사항 때문에 멀쩡한 칼을 놔두고도 다른 칼을 찾게 된다. 칼을 구입하려고 한다면 어떤 칼을 고르는 것이 좋을까? 보통 좋은 칼 하면 바다 건너온 비싼 수입품 칼이나 별이 몇개 달린 칼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칼도 원재료는 수입품 칼과 같고, 오히려 절삭력은 더 우수하다. 칼을 구입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손에 맞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잡아봐서 그립감이 좋은 것을 고른다. 또 칼의 무게도 따져본다. 칼이 너무 가벼운 것도, 또 너무 무거운 것도 좋지 않다. 관리도 쉬워야 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무쇠 칼은 값이 싸고 단단해 여간해서 이가 나가는 일이 없다. 갈아 쓰기만 하면 절삭력도 좋다. 하지만 자칫 관리를 잘못했다가는 녹슬기 십상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세라믹 칼은 날이 잘 무뎌지지 않아 절삭력이 오래가며 특히 채소를 가늘게 채 썰 때 아주 유용하다. 하지만 단단한 것을 자르면 이가 잘 나가고, 또 김치나 색깔 있는 채소들을 썰고 나면 칼에 물이 든다. 또 칼날이 무뎌졌을 때 일반적인 칼갈이로는 갈아지지 않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다 보니까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고탄소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칼들. 절삭력이나 칼의 강도가 어지간하고 관리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다만 종류가 너무 많고, 비싼 것과 싼 것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혼란스러운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비싼 칼이 곧 좋은 칼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싼 칼 한 자루보다는 적당한 가격의 칼 여러 자루를 갖추는 편이 낫다. 식도 두 자루, 과도 한 자루, 식도와 과도의 중간 정도의 중도 한 자루, 이렇게 네 자루는 갖추는 것이 좋다. 과일껍질 벗길 때는 과도를 사용해야 하지만 수박이나 멜론같이 큰 과일을 자를 때 중도가 필요하다. 식도는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 재료를 다루는 칼을 각각 갖추는 것이 좋은데 채소를 썰 때는 칼날이 얇고 가벼운 칼이 좋고, 생선을 토막 내거나 고기를 썰 때는 칼날이 두껍고 다소 무게감이 있는 편이 낫다.
그런데 좀더 중요한 것은 평소에 얼마나 잘 갈아 쓰느냐 하는 점이다. 칼을 손쉽게 갈아 쓸 수 있는 칼갈이는 하나쯤 갖추는 것이 좋다. 숫돌이나 칼갈이가 없다면 옛날 우리 할머니들은 장독에다 쓱쓱 갈아 칼날을 세워서 쓰곤 했던 것처럼 알루미늄포일을 뭉쳐서 이용해도 좋다. 몇년에 한번씩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칼갈이’라는 단어를 넣어 보면 몇군데 출장칼갈이 누리집이 검색된다. 전화 한통만 하면 작은 트럭에 장비를 갖추고 달려와서 칼을 갈아주는데 특수한 칼만 아니라면 한 자루에 2000원부터 4000원 선으로 그리 부담이 없다. 잘 드는 칼로 요리를 하는 것과 들지 않는 칼로 요리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글·사진 82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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