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영화 울타리 게르. 인사이드피플 제공
|
“여보게 젊은이, 세월까지 사냥할 순 없다네!”
전설적 몽골 사냥꾼의 쓸쓸한 말년을 다룬 다큐멘터리
■ 줄거리 몽골의 헨티산맥 일대는 칭기즈칸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 지역 북쪽은 큰 산맥이 버티고 있고, 남쪽은 케롤렌강이 흘러 예부터 동물과 사람 모두 살기 좋은 땅이다. 헨티지역에는 위대한 사냥꾼이 한명 있는데 바로 직지트(83세)다. 직지트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사냥 실력을 가졌었지만, 세월이 흘러 몸은 늙고 시대가 바뀌어 사냥은 좋은 생계수단이 되지 못한다. 그의 자식들도 이제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 막내아들 우레는 그의 아들 우네흐의 교육을 위해 초원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직지트는 막내아들 우레를 따라 손자의 교육을 위해 초원을 떠난다. 게르(몽골식 천막집)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직지트는 사냥꾼 시절을 회상하며 쓸쓸한 일상을 보낸다.
■ 연출의도 전통적인 삶의 방식으로 평생을 살아온 직지트 할아버지는 손자의 교육을 위해 초원을 떠나야만 한다. “초원에서는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며 자신을 용맹한 늑대와 비교하기 좋아하던 직지트 할아버지는 도시에서 마치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된다. 집들을 둘러싼 울타리가 감옥의 철창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할아버지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다. 울타리에 갇혀버린 할아버지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생각하고 싶었다.
■ 수상내역 2009년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본선, 제1회 <인사이드피플> 공모전 인사이드피플상
“흘러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변화를 거부할 수 없다”
‘울타리 게르’의 장효봉 감독 인터뷰
|
독립영화 울타리 게르 장효봉 감독. 인사이드피플 제공
|
“2007년 처음에 몽골에 갔다가 4개월 정도 머물렀습니다. 그곳에서 몇 명의 인상적인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사람이 직지트 할아버지였어요. 그분을 촬영하고 싶어서 이듬해에 다시 몽골로 갔죠.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출국기간이 짧아져 더 많은 그림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인물 다큐멘터리 촬영은 출연자의 삶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특히 어렵던가요?
“출연자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을 허락하기까지의 시간은 개인차가 있습니다. 다행히 직지트 할아버지가 저를 아주 좋게 보셨어요. 1주일 정도를 같이 밤낮으로 술을 먹었거든요. (웃음) 그 뒤 집 어디에나 카메라를 설치해도 크게 의식하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제가 몽골말을 거의 이해할 수 없어서 눈치로 모든 상황임을 판단해야 했어요. 어떤 상황인지 확실히 알기 힘들 때가 많아서 카메라를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돌려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죠.”
|
독립영화 울타리 게르 갈무리 화면.
|
“당연히 드렸죠. 좋아하시던데요.” -한 회원이 감상 후 댓글에 지아장커의 ‘스틸라이프’가 연상된다는 얘기를 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촬영을 가기 전에 본 작품이긴 한데 그것과 비슷한 컨셉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북극의 나누크’를 보면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느낌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편집을 하다 보니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있어 보이네요.” -영화에서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저는 아직 젊지만, 이를테면 아이폰 같은 새로운 것을 대하는 것이 어려워요. 그래도 흘러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잖아요. 직지트 할아버지가 언제까지 사냥만 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들이나 손자에게 사냥을 강요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요. 그렇다면, 맞춰가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남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겠죠. 언젠가는 돌아가시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다음 세대들이 다시 남게 되는 세대가 될 것이고, 계속 그 변화의 속도도 빨라지면 점점 그런 사람들은 많아지겠죠. 그러면 남는 사람들의 가치관은 정말 사회에 필요가 없는지 반드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글·영상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