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주인공 성연은 꿈 많은 20살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참 놀고 싶고, 연애하고 싶은 나이다. 하지만, 성연은 20대의 모든 꿈을 접고 평범한 회사에 다닌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회사생활, 그래도 성연을 설레게 하는 것이 있다. 회사 선배인 지은을 남몰래 짝사랑하게 되는데…. 지은에 대한 짝사랑은 사랑니처럼 자라 점점 숨길 수 없게 된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술에 취해 상사인 정희와 함께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연출의도]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짝사랑이라면? 친구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만들었다. 현실에서 친구의 사랑은 힘들고 녹록지 않았지만, 영화에서는 성연이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내 친구 이야기…다 같은 사람 다 같은 사랑” 조나연 감독 서면 인터뷰 -학생영화에서 쉽게 접근하기 힘든 소재인 듯한데, 이 영화를 기획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시나리오 단계에 그칠 뻔했었는데, 이야기를 제공한 친구가 영화로 만들어 보라고 오히려 격려해서 용기를 내 제작했어요. 단순히 친구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뿐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일을 겪었던 동성애자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서 무거울 수 있는 주제가 거부감 없이, 아기자기하게 다가오지 않나 생각합니다. 캐럭터 설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주인공 성연은 경찰이라는 꿈을 접고 20살에 바로 사회에 나왔습니다. 사랑에서도 적극적이죠. 반면 지은은 의젓하고 유연하게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것 같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버려 상처투성이인 캐릭터입니다. 저는 이렇게 추상적으로 설정해놓았는데, 배우들이 극 상황에 맞게 표현을 잘해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올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독립영화 ‘숨길 수 없어요’ 갈무리 화면.
-경찰이 꿈이라는 성연의 대사와 외모로 보면 중성적이고 소년에 가까운 인물인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의도가 있나요?
“성연이 ‘경찰이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가 입사 전에 꿈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어요.‘성연은 어떤 꿈을 가졌을까’ 생각하다가 퍼득 떠오른 것이 경찰이었어요. 여성도 경찰을 할 수 있지만, 남성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동시에 지은을 지켜주려는 성연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들의 감정몰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촬영중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엔 두 배우가 어색하고 힘들어할 것 같아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서로 너무 친해져서 키스장면은 오히려 촬영분이 남을 정도였어요. 편집과정에서 어떤 컷을 써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배우들의 감정몰입은 크게 힘들지 않았어요.”
-결말에 오히려 지은이 사랑니를 뽑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성연이 사랑니가 났었던 것처럼 지은 또한 성연과 같은 사랑을 느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 사랑이 성연과 같은 동성에게 느꼈었는지 이성에게 느꼈는지는 지은만 알고 있는 부분이겠죠?”
독립영화 ‘숨길 수 없어요’ 조나연 감독. 인사이드피플 제공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신가요?
“동성애자라고 해서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다 같은 사람이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또 겉으로 드러내면서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직 ‘대한민국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려면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요즘은 다양한 매체(영화나 드라마 혹은 축제)를 접하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죠. 얼마나 외롭겠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지게 되면 말이죠. 영화의 마지막에 상사인 정희가 등 돌린 성연에게 ‘출근 안하느냐’고 불러 세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상처받아 등 돌린 사람을 다독여 다 같이 걸어가자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완벽한 동화가 되겠지만, 아직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라도 사람들이 서서히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여성감독으로서 이 영화를 만들고 난 후 오해를 받은 적은 없나요?
“영화를 보여주고 나면 제일 처음 받는 질문이 ‘혹시 네 이야기냐’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커밍아웃’하는 거냐고요. (웃음) 그럴 때마다 남자친구 사진을 슬쩍 보여줘요. 그래도 안 믿는 분들은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알아서 생각하라고 내버려 두고 있어요.”
영상·글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