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동거를 하는 태인과 은희. 은희는 유학을 가게 되고 자신에게 집착하는 태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태인의 어머니는 태인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우울증에 걸렸다.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상태가 위급해지고, 태인과 태인 아버지는 병원에서 만난다. 그때 은희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오고 결국 태인은 은희에게 달려간다. 은희에게 가는 도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태인은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고 아버지와 갈등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은희와 태인은 은희가 유학을 떠나기 전날 만나게 되는데….
[연출의도]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고 그리고 얼마 후 어머니도 떠난다. 하지만, 이별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벗어나려고 하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발버둥칠수록 더 큰 아픔만이 밀려온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이별한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여름이 가는 동안’ 정재윤 감독 인터뷰
독립영화. ‘여름이 가는 동안’ 정재윤 감독. 인사이드피플 제공
-막과 장이 나뉜 듯하면서도 연결이 매끄럽습니다. 구성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주인공을 3명으로 결정했어요. 하지만, 짧은 단편영화 안에서 세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심사숙고한 끝에 구성에 변화를 줘 세 사람을 표현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즉, 1장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2장에서는 남자(아들)와 여자의 관계로, 그리고 마지막 3장에서는 세 사람의 감정을 겹쳐 영화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성장영화가 많습니다. 시간적 배경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여름이라고 하면 시끄러운 매미소리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그 매미소리가 이별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지요. 두 번째는 지긋지긋한 더위, 더욱이 습한 여름 날씨는 지친 사람을 더욱 힘듭니다. 이런 날씨에 사람들은 감정 조절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이런 맥락에서 영화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더 극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독립영화. ‘여름이 가는 동안’의 한 장면. 인사이드피플 제공
-태인은 은희를 잊지 못하면서도 붙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요?
“개인적으로 ‘봄날은 간다’를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이 영화 중에 유지태의 할머니가 이별로 힘들어하는 손자에게 한 말이 가장 인상에 남더라고요. ‘지나간 버스와 떠난 여자는 잡지 않는 법이란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사람의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전제로 시나리오를 썼고, 태인의 캐릭터를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동적인 인간이 점점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의 장면 중에서 가방의 바퀴가 빠진 곳에 나무 조각을 끼워 넣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것은 마치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해 부재에 대한 대용품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을 촬영하면서 어떻게 저 장면이 이해될까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제 입장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하지만, 관객마다 다른 평가가 있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저는 그 장면에서 나무 조각의 의미를 대용품이 아닌 태인의 성숙함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나무 조각을 통해서 시련을 딛고 극복한 태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거죠. 이 영화에서 빠진 바퀴는 결국 태인의 시련을 의미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촬영 중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몇 가지만 말씀해 주시겠어요? “마지막 신을 촬영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적은 예산이라 비싼 장비를 구비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신에 욕심이 많이 났습니다. 카메라가 점점 태인에게 멀어지면서 영화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했지요. 그래서 돈 대신 몸으로 이 장면을 찍었습니다. 카메라 감독이 자동차 보닛에 올라가 촬영을 해야 했는데 워낙에 위험한 촬영이라서 진땀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카메라 감독이 카메라를 놓칠까 봐 스텝들이 불안해했던 것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무사히 촬영을 마쳐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영상·글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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